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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T 저널 38 이건, 부자이건, 감마선에 노출되었건 간에 사람들이 태고적부터 경외해 온 신 그 자체이다.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헐크의 조력자, 미스터 블루가 헐크의 변신과정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한 마디, ‘Godlike’(신과 같은)가 바로 이들을 규정짓는 한 단어다. 세상이 갈수록 불안해지다 못해 먹거리마저 목숨을 위협하고, 절반 이상의 한국인이 자신이 속한 사회가 위험하다고 평가하는 이 시기에 사람들은 무언가 믿음을 가질 대상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그래서 그 대안으로 듬직한 슈퍼 영웅들이 그 마음을 충족시켜준다는 것은 단순 오락물에 대한 과장된 해석일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원시인들도 이해할 수 없는 자연현상에 두려움을 느껴 동굴 벽면 가득 잔뜩 신을 숭배하는 그림을 그리고, 자신을 보호해 줄 온갖 신들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아 영웅물의 근본에는 신성(神性)이 있다고 보아도 많이 틀린 생각은 아닐 듯 하다. 그러고 보니 헐리우드 스펙터클 액션물은 대부분 신(초인간)이 세상을 구하거나 아니면 신(초존재)을 극복하는 내용-에이리언, 프레데터 등 각종 SF액션물-이 아니던가. 각종 ‘맨’들의 활약상을 이야기하다보니 예전에 본 인상적인 ‘맨’이 하나 떠오른다. 바로 ‘아이스맨’(1984)이라는 영화인데, 얼음광선 발사 같은 초능력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논란의 여지가 많은, 혹은 토론할 거리가 많은 영화다. ‘마지막 황제’의 존 론이 연기한 ‘아이스맨’은 빙하 깊은 곳에서 발굴된 원시인으로, 과학자들이 겨우 살려내어 원시시대와 비슷한 환경에 데려다 놓고 여러 가지 연구를 한다는 내용이다. 여기까지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인데, 과학자들이 치명적인 실수를 하면서 흥미롭게 전개되기 시작한다. 바로 아이스맨이 살고 있는 유리천장 위로 헬기가 지나가게 된 것이다. 그것을 본 아이스맨은 몇 날을 고열에 시달리다가, 자신이 본 헬기의 거대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바로 헬기를 초월적 존재, 즉 신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그는 연구소를 탈출하고, 이륙하는 헬기의 다리를 잡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몇 천미터 상공에서 떨어져 내리며 큰 소리로 웃는다. 그것은 신을 만나고 사로 잡았다는 기쁨의 웃음으로 아주 기이하게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이러한 영화를 만난다면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의 심연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신을 향한 욕구? 아니면 신은 인간의 과학적 발명품이라는 생각? 신의 존재에 대해 여러 가지 로 접근이 가능한 작품이라고 하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인간 본연이 가진 불완전성, 그리고 절대자를 통한 극복과 초월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구이기에 영웅물은 종교적 관념과 맞닿아 있다. 12월이 되면 날씨가 추워지고, 교회 뿐 만이 아니라 온 세상이 함께 즐거워하는 ‘한 영웅의 탄생일’을 기대한다. 세상이 어려울 때, 난세를 이긴 영웅의 이야기가 모두에게 희망을 줄 때, 건전한 영웅물을 보면서 복음주의적 관점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 으리라 생각한다. 인은수 한남대 영어영문학과 졸업하고,‘그 도시의 파라오의 후예들’(나침반사)이란 기독교 추리소설 및 다 수의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였으며, 지금은 대전 문화산업진흥원에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