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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트뤼포는 이렇게 말했다. ‘영화를 사랑하는 세 가지 단계가 같은 영화를 두 번 보고, 영화에 대 해 직접 비평을 하고, 결국 영화감독으로 나서는 일이다’라고……. 영화를 사랑하지는 않더라도 영화가 가장 대중적인 오락이 된 지금에 있어, 영화를 비평적으로 보는 안목을 기르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영화라 하더라도, 거기에는 감독이나 제작자의 정치적인 혹은 종교적인 의도가 포함되게 마련이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틀을 갖추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며 관객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영화를 장르영화라고 하는데, 박찬욱 감독에 의하면 SF/공포영화는 전통적으로 신, 영혼, 존재, 기억, 시간과 같은 형이상학적 개념과 친숙한 장르이다. 그러므로, 대중적인 영화 속에도 기독교적 가치관이 충분히 포함될 수 있고, 관객은 그것을 해독해 낼 수 있다. 또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재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리처드 니버의 ‘문화 위의 그리스도’(Christ-above-culture)입장에서,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이 영화에 대해 예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그리고 이 영화가 복음주의 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가 등의 긍정적 질문을 가지고 영화를 본다면 많은 유익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근래 헐리우드에서 많은 작품이 탄생하고 있는 영웅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2008년만 해도 ‘아이언맨’, ‘다크나이트’, ‘핸콕’ 그리고 ‘인크레더블 헐크’ 등의 슈퍼 히어로물이 극장에서 관객을 만났다. 게다가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의 특별 프로그램 중 하나가 ‘아시아의 슈퍼히어로’였던 것을 보면 영웅물은 이제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아닐까 한다. 부산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의미는, 서구에서 유입된 슈퍼 히어로물이 아시아 각국의 역사, 정치, 문화, 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를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나름 각 국의 민속적인 종교와도 결합되는 면도 있지 않았을까? 사실 인도에서 큰 흥행을 한 영화 ‘크리쉬’도 이름 자체에 종교성이 있다(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꼭 한 번 보시길 강추하는 바이 다). 그럼 여기서 본질적인 질문을 하나 해보자. 사람들은 왜 슈퍼 히어로를 좋아하고, 영화가 흥행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일단 선과 악의 구조가 분명하고 볼거리가 확실하기에 그럴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보다 근원적인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슈퍼 히어로는 인류가 숭배해 온 ‘신’과 연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죽지도 않으면서 레이저를 발사하는 초인간들은 그들이 착한 외계인 신성의 발현, 슈퍼히어로에 대한 묵상 글_인은수 QT 저널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