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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2024년 2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1911년 2월. 망해버린 조국을 되찾기 위해 산설고 물설은 이국 땅에서 70객 백하 김대락이 겪었던 그 고단한 삶을 우리는 오늘 읽고 있다 .  이때 백하는 늦게 출발했던 손자 창로를 만났으며, 손아래 처남 석주 이상룡 일가와 합류하여 새로운 삶을 함께 시작하게  되 었다. 당시 그들이 살았던 집은 ‘나뭇가지 하나면 족할 뱁새 둥지’ 같은 ‘움막’이었지만, 그 고단한 삶 가운데서도 새 생명이 태어 나 고 있었다. 백하의 친증손자와 외증손자가 태어난 것이다. 식민지 자손으로 태어나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백하는 만삭 의  손부들을 둘이나 데리고 망명길에 올라던 것이다. 기가 허해 위험에 처한 손부를 손 놓고 두고만 볼 수 없어서 남의 집 닭 을  훔쳐다 먹이는 백하의 모습을 상상하자니 나의 가슴은 먹먹해지기만 한다. 먹먹해진 가슴으로 113전 이야기를 읽어보자. 김대락의 백하일기 ② 온갖 어려움 겪으면서도 희망 잃지 않아 먼저 이주한 이병삼 일가 도움받으며 고난 극복 이주 망명 고통 속에서도 증손 태어나는 기쁨 글  최진홍(월간 『순국』 편집위원) 1일 맑음. 집의 아이가 의약(醫藥)에 분주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더니 신과 버선이 발에 한 덩어리로 들러붙는 지 경이 되었다. 혈육(血肉)의 몸으로 이 어찌 견딜 일이 랴? 누가 있어 수고를 대신 할 수도 없는 일이라 안타 깝고 안타깝다. 2일 바람이 불다. 의가(醫家)의 말로 기가 허하여 생긴 증상이라 한 다. 때문에 몰염치를 무릅쓰고 남의 닭을 한 마리 훔 쳐 우선 삶아서 먹이고, 또 술과 음식을 장만하여 동 구(洞口)의 서낭당에 가서 백배고사(百倍告辭)한 후 기진하여 돌아왔다. 문간에 들어서자마자 이르되, 해 산이 큰 고비를 막 넘어섰으나 아들인지 딸인지 살필 겨를이 없다고 한다. 홀연 ‘으앙’하는 큰 울음소리가 들려오므로, 짐을 지고 가던 태산 길이 평평해진 듯 하여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땅이 멀고 하늘이 멀 어 고향에 통기할 수 없으니 한스러울 뿐이다. 3일 맑음. 산모의 부기가 아직 조금도 덜하지 않으니 고민이 다. 또 사온 미역이 산모에게 쓰기에는 알맞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