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page

120 2024년 2월 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우리문화 사랑방 수필가는 “우리는 누룽지를 잃었 습니다. 대신 라면과 일회용 반짝 문화를 얻었습니다.”라고 탄식하 기까지 한다. 이처럼 누룽지를 잃 은 것을 두고 우리의 고향, 우리의 정서, 우리의 문화를 잃었다고까 지 표현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 데, 그만큼 우리 겨레는 오래도록 누룽지를 사랑했던 것 같다. 요즘 은 남은 밥을 프라이팬이나 누룽 지 기계에 구워서 누룽지를 만들 기도 하고 더러는 뻥튀기 아저씨 에게 누룽지를 가져가 뻥튀기로 만들어 간식 대용으로 먹는 집도 있을 만큼 누룽지 애호가들이 늘 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포털사이트 네 이버에 누룽지를 검색해 보면 ‘네 이버 쇼핑’에 무려 30만 개 가까 운 상품이 뜬 다. 또 누룽 지를 활용한 먹거리들을 보면 ‘누룽지 삼계탕’, ‘누 룽지닭백숙’, ‘누룽지불백 숙’, ‘누룽지 통닭’, ‘누룽 지 닭 강 정 ’ , ‘누룽지족발’, ‘누룽지주먹밥’, ‘낙 지누룽지탕’, ‘누룽지화덕빵’, ‘누 룽지 아몬드쿠키’ 같은 종류가 시 중에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쯤 되면 가히 누룽지 천국이라 할 수 있다. 누룽지는 우리만이 아닌 중국, 일본, 베트남, 스페인 사람들도 즐겨 윤덕노가 쓴 책 《음식으로 읽 는 한국 생활사(깊은나무)》에 보 면 누룽지를 먹는 사람들은 한국 인뿐이 아니라 쌀로 밥을 지어 먹 는 나라에는 모두 누룽지가 있다 고 한다. 책에는 “중국에는 ‘궈바 (鍋巴)’라는 누룽지가 있고, 일본 에는 누룽지 ‘오코게(おこげ)’가 있으며, 베트남에도 ‘꼼짜이(Com chay)’라는 누룽지가 있다. 아시 아 사람의 주식은 쌀이니까 당연 히 누룽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실 은 유럽에도 누룽지가 있다. 유럽 에서 쌀 음식이 발달한 스페인 사 람들도 누룽지를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 스페인 누룽지는 볶음밥 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는 파에야 (Paella)를 만들 때 생기는데 ‘소 카라트’라고 한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 《의림촬 요(醫林撮要)》에는 치료약으로 소개 허준이 쓴 책 《동의보감》에는 ‘누룽지’가 “음식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못하거나 넘어가도 위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이내 토하는 병증으로 오랫동안 음식 을 먹지 못하는 병을 치료한다.” 라고 기록돼 있다. 그런가 하면 《의림촬요》에도 “소화불량으로 오랫동안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경우 오래 묵은 누룽지 적당량에 물을 넣고 푹 퍼지게 달여서 진 한 물을 취하여 수시로 먹인다. 밥을 먹을 수 있기를 기다렸다가 비위(脾胃)를 고르게 하고 음식 을 잘 먹게 하며 혈(血)을 생겨나 누룽지닭백숙(크라우드픽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