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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 스크랩 • 구국 의병항쟁 열전 - 거룩한 구국항쟁의 현장을 가다 ① 91 빈실 침대에서 일어났다. 귀빈실 세면실에서 세수를 한 다음 모리 수행비서의 도움을 받으며 플록코트 정장차림을 했다. 채비를 마친 이토가 찻잔을 들고 차창 밖 만주 벌판을 바라보는 새 어느 덧 특별열차 는 시간에 맞춰 하얼빈 역 구내로 천천히 접어들고 있었다. 한편 그날 하얼빈 삼림가 동포 김성백(金成白)의 집에서 아침을 맞은 안중근(安重根)은 평소와 다름없 이 일찍 일어나 세면을 하고는 그동안 입고 다니던 새 옷 대신에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모자를 썼다. 그 리고 간밤에 손질해 둔 권총을 꺼낸 뒤 약실에 총알 7발을 장전한 다음, 손수건으로 총신을 깨끗이 닦은 뒤 품속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하얼빈 역이 있 는 북쪽을 향해 무릎을 꿇어앉았다. 안중근 의사는 오른손으로 성호를 그으면서 “당신의 뜻에 맡깁니 다” 나직한 말과 함께 기도를 드렸다. 그런 다음 조 용히 김성백의 집을 떠나 하얼빈 역으로 출발했다. 하얼빈 역에 도착하니 오전 8시 무렵이었다. 안중근 은 대합실 내 찻집에서 차를 주문해 마시면서 열차 도착을 담담히 기다렸다. 오전 9시 정각, 이윽고 이 토를 태운 열차가 도착 기적을 울렸다. 그 순간 안중 근은 일본인 환영객 틈에 휩싸여 잽싸게 플랫폼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러시아군 의장대 뒤 일본거류 민단 환영객 틈에 끼어 섰다. 하얼빈역 플랫폼에 도열한 러시아 군악대가 주악 을 연주됐다. 러시아 재무대신 코코후초프가 이토 수행비서관 모리의 안내를 받으며 객차로 들어가 이 토에게 도착 인사를 했다.“이토 공작 각하! 먼 길 오 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광영입니다.”이토는 러시아 재무대신 코코후초프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답했다. “저도 동감입니다. 천천히 고견을 듣도록 하고 우 선 플랫폼에 정열하고 있는 저희 의장대를 사열해주 시면 고맙겠습니다.” 이토는 코코후초프의 정중한 안내로 열차에서 내 린 다음, 러시아 의장대 앞을 지나 환영 나온 각국 영 사들이 서 있는 곳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군 악대의 연주 속에 이토와 코코후초프가 나란히 선두 에 서고, 그 뒤를 여러 수행원들이 뒤따랐다. 그 시각 하얼빈 역 플랫폼 기둥에 달린 시계침은 9시 2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토는 각국 영사들과 의례적인 인사를 나눈 뒤, 일본거류민단 환영객 앞을 지나 다 시 러시아 의장대쪽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때 러시아군 의장대 뒤편에 서 있었던 안중근은 1910년대의 하얼빈역 풍경  현재 하얼빈역(필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