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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2024년 1월 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우리문화 사랑방 속된 사람 대하면 거문고를 타지 않는다 조선 후기 학자 오희상(1763∼ 1833)은 거문고의 명인이었다. 그는 거문고를 탈 때 다음 다섯가 지 원칙을 반드시 지켰다. 곧 ‘오 불탄(五不彈)’이라 하여 강한 바람 이 불고 비가 심할 때, 속된 사람 을 대할 때, 저잣거리에 있을 때, 앉은 자세가 적당하지 못할 때, 의 관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 때는 절대 연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앉은 자세를 바로 하고, 한 곳을 바라보며, 생각은 여유롭게 하고, 정신을 맑게 유지하며, 운지 법(運指法)을 바로 하여 ‘오능(五 能)’이 이루어진 뒤에야 연주했다. 오불탄과 오능은 거문고가 옛 선 비들에게 사사로운 마음을 다스 리게 하는 ‘악기 이상의 악기’였음 을 보여준다. 거문고는 이제 거의 잊혀가는 악기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쩌 면 선비정신이 잊힌다는 것을 말 함이다. 선비란 무엇인가? 선비 라는 말의 말밑(어원)을 살펴보면 ‘어질고 지식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에서 왔다고 한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박지원은 ‘선비에 대하여’란 글에서 “선비 2000년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2011년 한국문화사랑협회를 설립하여 한국문화 를 널리 알리고 있다. 또한. 2015년 한국문화를 특화한 국내 유일의 한국문화 전문 지 인터넷신문 《우리문화신문》을 창간하여 발행인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자은 책 으로는 《맛깔스런 우리문화속풀이 31가지》, 《하루하루가 잔치로세(2011년 문화 관광부 우수도서)》, 《나눔을 실천한 한국의 명문종가》,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 《한국인이 알아야 할 한국문화 이야기》 등이 있다. 필자 김영조 는 아래로 농부나 악공 과 나란하고, 위로는 임금과 벗한다. 지위로 는 차이가 없고, 덕으 로는 바름을 추구하는 데 한 선비가 독서를 하면 혜택이 온 세상에 미치고, 보람이 만세에 드리워진다.”라고 말했 다. 또 선비는 가난한 생 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기쁘게 지킨다는 “안빈낙도(安 貧樂道)”를 즐긴다. 선비는 편안한 마음 으로 도를 즐겨 지키는 것인데 이것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 니라 세상을 기쁘게 함 이다. 거문고를 타는 것 도 역시 같은 맥락일 것 이다. 자신뿐만이 아니 라 세상을 환하게 하는 악기가 거 문고가 아닐까? 거문고를 연주하 니 검은 학이 날아와서 춤을 추었 다! 달빛 아래서 한 선비가 무심하게 거문고를 탄다. 이 경윤(李慶胤)의 ‘월하탄금도(月下彈琴圖)’. 비단에  수묵(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 국가무형문화재 거문고 예능보유자 이재화 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