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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2024년 1월 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우리문화 사랑방 뜯어서 타며, 아쟁과 해금은 활로 줄을 문질러 소리를 낸다. 그러나 거문고는 오른손 둘째 손가락과 셋째 손가락 사이에 대나무로 만 든 술대를 끼고 내려치거나 뜯어 서 연주한다. 같은 현악기지만, 연 주하는데 전혀 다른 도구, 방법을 쓴다. 거문고는 길이 162센티미 터, 넓이 22센티미터, 높이 14센 티미터로 앞판은 오동나무를 5년 이상 자연 건조하여 만들고, 뒷판 은 밤나무를 3년 이상 그늘에서 말린 것으로 만든다. 선비를 매료시키는 거문고 음악들 거문고는 대표적인 기악곡인 영산회상(靈山會相)과 궁중에서 쓰이던 관악합주곡인 보허자(步 虛子) 계통 음악과 전통성악곡인 가곡 반주 등 주로 정악에 많이 쓰인다. 또 국가무형문화재 거문고산 조는 거문고가 지닌 특성을 잘 활용하여 훌륭한 감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산조란 장구 반주에 맞추어 독주형태로 연주하는 것 을 말하며, 4∼6개의 악장으로 나누어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 순서로 연주한다. 거문고산조는 고종 33년(1896년) 백낙준에 의 해 처음으로 연주되었으나, 일부 층에 의해 거문고의 품위를 손상 시킨다는 비난을 받아 빛을 보지 못하다가 개화기에 들어서 인정 받기 시작하였다. 거문고산조는 수수하면서도 웅장하고 막힘이 없는 남성적 인 절제미가 돋보이는 음악으로, 빠르고 느린 리듬이 조이고 풀고 하면서 희노애락의 감정을 잘 표 현하고 있다. 백낙준에게서 비롯 된 거문고산조는 신쾌동류 · 한갑 득류가 전승되는데 신쾌동류는 김영재 명인이 한갑득류는 이재 화 명인이 전수하여 현재 국가무 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있다. 과학이 만들어 낸 거문고와 가야금의 아름다움 서울대 뉴미디어 통신공동연 구소가 10여 년 전 가야금에 대 해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울림통 위에 가루를 뿌린 뒤 주파수를 달리해 진동을 가하는 ‘클라드니 도형’ 실험이다. 그 결과, 현에서 생기는 주파수인 100헤르츠에서 는 울림통이 떨렸지만, 현이 만 들지 않는 주파수인 80헤르츠에 서는 울림통이 꼼짝도 하지 않았 다. 현이 떨릴 때 울림통도 같이 떨려야 한다는 ‘고운 소리의 비 결’을 눈으로 입증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야금과 거 문고의 울림통 재료로 쓰는 오동 나무의 상피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세포의 벽이 얇고 유연 하며, 비중도 0.35에 불과하다. 이에 견주어 바이올린의 재료인 가문비나무는 규칙적이며 촘촘 한 세포 구조로 되어 있다. 그 때 문에 우리의 현악기는 바이올린 에 견줘 음색이 부드럽다고 한다. 또 울림통 재료가 되는 나무 무늬의 형태도 소리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좋은 가야금과 거문고 는 일반적으로 국수무늬 목재를 사용한 울림통이다. 국수무늬는 늙은 나무의 중심부를 긁어낸 목 재가 아래로 쭉 뻗은 무늬를 갖 고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늙은 나무 층을 긁어내면 연주된 음이 없어지지 않고 대부분 반사 되기 때문에 공명 현상이 극대화 되어 소리가 증폭되고 풍부한 연 주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 현악기들 은 정밀한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 로 울림통 구조, 재료가 되는 나 무의 세포 형태, 국수무늬 등이 어울려 빚은 아름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