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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2024년 1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9일 맑음. 손자 창로가 짐을 수습하려고 서울 집으로 돌아갔 다. 아직 성례도 못한 젊은 이가 어찌 아무 일 없이 갔다 돌아올 수 있을지 생각하니 계속 마음에 걸린 다. 남겨두고 온 짐들이 아직 오지 않아서 몸을 누일 이부자리도 없으니 문도 없는 방에서 밤을 견딜 수가 없다. 자금을 덜어 솥과 그릇 등을 사서 새 거처에서 지낼 계획을 대략 갖추었다. 이제 추위에 떨 염려는 조금 면했지만 자산이 넉넉하지 않은데 낭비가 되어 탄식이 나온다. 10일 맑음. 서울 살던 이선구는 아들이 한 번 만났던 벗인데, 주선하고 조치하기를 마치 자기 일처럼 해주니 고 맙다. 11일 맑음. 현(縣)에서 항도촌(恒道村)까지 오백 사십리 길인 데 수레 삯이 이십 팔원이다. 저녁에 마차 세대를 세 내어 서울 살던 이호영, 이규봉과 동행하기로 하였 다. 이들이 청국(淸國) 말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아홉 시에 출발해 장강구의 객점에서 잤다. 12일 새벽에 출발해 한낮이 되어서야 아침밥 을 먹었다. 이곳에서는 새벽에 말들은 먹이를 먹이 되, 사람들은 공복으로 출발한다. 매일 이와 같으니 하루에 먹는 것이 점심과 저녁뿐이다. 13일 가는 길에 눈을 만났다. 거의 한 자 가량 내렸는데, 마차에 지붕이 있어서 다행히 젖거나 새는 근심은 없었다.  『백하일기』 표지(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제공)  『국역 백하일기』(경인문화사,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