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page

백하일기 • 김대락의 백하일기 ① 101 리가 삼십 리인데 이십 리쯤 와서 점심을 먹은 후, 식 구들은 객점에 있으라 하고, 지팡이 짚고 신을 신고 아들[=김형식] 일행을 찾으러 나섰는데, 손자 창로(昌 魯)가 대신 가기를 청한다. 그 뜻은 가상하나 생소한 지방이라 손자 아이에게 맡기고 기다릴 수가 없어서, 제지하고 신의주로 거 슬러 올라가는데, 모래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대낮인 데도 음산하고 흙비가 내려 손발이 추위에 얼어 거의 견디기 어려울 지경이다. 간신히 압록강에 도착하여 사방으로 찾아 보았으 나 찾을 수가 없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한 객점에 들어가니, 울진의 황서방[=김대락의 손녀 사위 황병일] 일행이 어제 여기에 왔는데, 방금(防禁 =국경을 넘지 못하도록 금하는 법령)에 막히어 어쩔 줄 모르고 있으므로 서로 돌아보며 걱정하고 탄식하 였다. 날이 새면 다시 아들을 찾기로 하였다. 8일 맑음. 아침을 먹고 숟가락을 놓으려 할 때, 손자 창로가 머무는 객점의 주인이 와서, 아들 형식(衡植)이 어제 이미 강을 건넜는데, 강에 아무 장애가 없을 것이라 했다. 드디어 인력거 세 대를 세내어 앞서 묵었던 객 점에 보내 식구들을 데려오게 하였다. 점심을 먹고 먼저 황서방 일행을 보내고 차례대로 얼음길 위에 올랐다. 한 걸음을 뗄 때마다 천 번 조심 하며 간신히 반쯤을 건넜을 때 아들이 썰매를 타고 와서 인사를 했다. 놀랍고 반갑기가 그지없어 마치 십 년 만에 얼굴을 보는 듯하다. 썰매를 나누어 타고 건너편의 높은 곳에 올라 멀 리 중국 쪽 관문을 바라보았다. 여기가 이른바 청나 라 안동현(安東縣) 동취잔(東聚棧)이다. 주인은 김준 선인데, 우리나라 사람이라 말이 익숙하여 다행이다. 다만 건물 구조가 우리와 달라, 바깥에 창문을 달고 안에는 문이 없어 한스러웠다. 압록강(鴨綠江) 喚婦將孫到大洋  며느리와 손자 데리고 대양(大洋)에 이르니 黃沙橫風白雲茫  누른 모래 비낀 바람, 흰 구름만 아득하네. 蒼烟遠接東西港  푸른 안개 너머 동서쪽 포구가 서로 닿아있고 璧水中分大小畺  푸른 강물은 중국과 조선을 나누어 흐르네. 坦蕩氷程龍背濶   평탄한 얼음길은 용의 등처럼 광활하고 泰平車路馬蹄强  태평한 마차길엔 말발굽만 어기차다. 離鄕去國遲遲日  고향 산천 떠나는 발걸음에 해마저 더디 넘어가니 七耋羈懷兩涕滂  일흔 살 나그네 회포에 두 줄기 눈물이 흐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