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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24년 1월 Column  명사 칼럼 ① 작은 소리 큰 울림   올해는 용(龍)의 해인 갑진년(甲辰年)이다. 이 계제에 20세기 우리 역사 속의 갑진년을 되돌이켜 보면서,  하나의 교훈을 얻고자 한다. 20세기 역사 속의 갑진년과 올해의 갑진년 : 올바른 선택이 나라의 앞날을 결정한다 1904년, 1964년, 2024년 갑진년 모두 우리의 운명에 국제정치 영향 크게 미쳐 효율적 외교 뒷받침하는 국회 가능토록 선거 잘 치러야 글ㅣ김학준(단국대학교 석좌교수) 1904년의 갑진년: 일제에게 국권을 빼앗기다 20세기 들어서 첫 번째 갑진년은 1904년이었다. 바로 제정러시아와 일제가 한반도를 둘러싸고 자웅을 겨뤘던 러일전쟁 그 자체를 분석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때 대한제국 조정과 지도자 들이 이 전쟁에 관해 판단을 잘못한 사실 하나만을 지적하고자 할 뿐이다. 황제와 대신들은 물론이고 재야의 지식인들도 대체로 일제의 승리가 대한제국의 명운을 위해 나을 것이라고 오판했다. 여기에는 뿌리 깊은 공로증(恐露症: Russophobia)이 한몫하고 있었다. 러시아는 ‘악마의 나라’이고 ‘불법무도(不法無道) 한 나라’라는 관념이 지배적이었기에, 그들은 일 제보다 러시아를 더 경계한 것이다. 제정러시아에 그러한 측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따라서 공로증에도 일정하게 근거가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흉악하기로는 일제도 떨어지 지 않았다. 일제가 이 전쟁 이후 조선에서, 만주와 중국에서, 동남아에서 저지른 갖가지 만행이 그 점을 뒷받침한다. 그런데도 일제보다 러시아를 더욱 두려워한 배경에는 일제가 공로증을 고의로 심어놓고 확산시킨 데 있다. 일제는 아시아에서 자신의 경쟁자 또는 주적(主敵)은 러시아임을 인 식하고 러시아의 이미지를 본질 이상으로 나쁘게 만들어 전파함으로써, 또는 요새 널리 쓰이는 말로는 ‘악마화’함으로써, 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러시아의 접근 을 피하도록 유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