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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2023년 12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아온 아들 이준형 등에게 콜롬버스의 예를 들어 훈계 한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석주는 어쩌면 자신들의 독 립운동을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그 모험 정신 과 연결시켰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석주의 학문관 한편 석주는 이 당시 자신이 앞으로 할 일을 계속 모색하면서 서양의 정치사상을 책으로 만나고 있었 다. 석주는 홉스를 접하고 스피노자의 주장을 만나게 된다. 석주는 홉스의 ‘이기심을 사람의 천성’이라는 주장이 ‘치우치고 과격하여 그 말류의 폐단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기(氣)는 알았으나 이(理)는 알지 못한 것’으로 ‘동방의 유학자에 훨씬 미 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홉스가 ‘계약을 정치의 근본으로 삼아 뭇 백성들이 공동으로 나라를 세운다는 이치를 확실히 알았으니 그 견해가 매우 탁월’하다고 평가했지만, 한편으로 홉스는 ‘임금에 대한 아첨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군주전제주의를 주장’하며 한탄하였다. 한편 스피노자에 대하여 석주는 ‘군주 전제의 폐 단 을 논한 것은 논리가 착착 맞아 떨어지니, 만세 군주 의 경계가 될 만’하고, ‘민주정치가 가장 훌륭한 이론 임을 주창함으로써 천하의 정신을 환기 각성시켰으 니 정치학에 공적을 세웠다’고 민주정치에 대한 강한 호감을 보이고 있다. 석주는 서양의 사회계약론자들을 자신이 이미 접 했던 동양의 사상가들과 비교해 이해하려 시도하였 다. 이러한 비교를 한 석주는 순자보다는 홉스에게, 그리고 홉스보다는 묵자에게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있 었는데, 여기서 우리는 석주가 확실히 사회계약론에 충분한 안목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고단한 삶 두고 온 고향 땅에서 ‘너른 집, 훌륭한 처마 밑’에서 거처하던 석주 일가였다. 하지만 잃어버린 나라를 다 시 찾겠다며 떠난 망명길에서 석주 일가가 처한 상황 은 곤궁함을 넘어 비참하기만 했다. 석주는 그러한 처지를 ‘뜨네기, 집을 옮겨 다니는 석주 이상룡의 친필 유묵. 유족들은 이를 목숨처럼 보존해 왔다(석주 기념사업회 제공). 안동 임청각 군자정(안동시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