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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열일기 • 석주 이상룡의 서사록 ⑦ 91 한 요소는 ‘언어’라는 점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이제 1911년 3월 22일 석주의 일기에 등장하는 비 서장이 보낸 시에 차운하여 보낸 석주의 시를 감 상해 보기로 한다. 비서장께서 오언시 한 편을 보냈기에 차운하여 올리다  (賁西丈寄五言詩一篇次韻以呈) 나는 유하현을 찾아가다가    我行尋柳下 두릉구에서 체류하고 있네    濡滯在杜陵 물 새는 벽은 늘 젖어있고    漏壁長淋濕 깨진 굴뚝은 괴롭게도 높네    破突苦崚嶒 빈 산에 찾아오는 사람 없어    空山人不到 승려처럼 적막하게 앉아있네    寂靜坐如僧 허기가 져서 먹거리를 찾으니    飢來但覓食 찐 고량 맛이 담백하구나    淡味高粱蒸 이 외에는 다른 일이 없으니    此外無他事 누굴 다시 좋아하고 미워하랴    誰復有愛憎 저 북산 모퉁이 돌아보니    睠 彼北山隈 나도 모르게 긴장되는 이 마음    不覺神思凝 거슬러 올라갈 길도 없건만    無由溯洄從 봄물이 밤 사이에 불어만나니    春水夜來增 어떻게 하면 가벼운 기구를 타고    那將輕氣球 허공에서 마음대로 날 수 있을까    空裏任飛昇 충남 청양에서 태어났다. 고려대에서 경제학 · 정치학을 공부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율곡 연구로 석사 ·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 임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감사를 맡고 있다. 시대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풀어낼 지혜를 지나간 역사에서 찾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면암 최 익현 선생의 5대손이다. 필자 최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