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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2023년 9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것이다.  『경국대전』에도 경외(京外)에 모두 상평창(常平 倉)을 설치하게 하였으나, 필경에는 경성 (京城) 이외에는 한 개의 고을에서도 시행한 곳이 없었 다. 아! 나라가 수척하고 백성이 가난하게 된 데 에 어찌 까닭이 없겠는가? 국가가 할 일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가 아니 던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잘 보호되기 위해서는 세금과 재판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되어야만 한 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일찍이 공자는 “문왕과 무왕과 같은 사람이 있으 면, 문왕과 무왕의 정치가 거행된다”며, “정치는 사람 에게 달려 있다[其人存則 其政擧]”고 말했다. 이러한 공자의 말을 맹자는 정치적으로 좀 더 발전시켰다. 맹자는 말했다. “착한 마음만 있[고 법과 제도가 없] 으면 정치를 하는데 부족하고, 형식적인 법과 제도만 있[고 착한 마음이 없]다면 그 법은 행해질 수가 없 다”라고.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그 훌륭함만으로는 정 치를 실행할 수 없기에 우리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아닌가. 마찬가지로 아무리 뛰어난 제도가 마련되었 다 하더라도 그 재도 자체는 스스로 운영될 수는 없 고, 반드시 사람에 의해서 시행되는 것이기에 그 제 도를 운영하는 사람이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맹자는 강조한 것이다. 결국 정치의 핵심은 세금과 재판의 문제가 될 수밖 에 없다. 여기서 석주는 이 문제들을 논하고 있었다. 지나간 우리 역사에 대한 깊은 반성과 더불어 다가올 광복된 조국의 모습을 설계하면서 석주는 가장 구체 적이고 실질적인 문제인 세금과 재판의 문제를 점검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오늘 읽은 내용 가운데 놓치지 말아야 할 내 용 중 하나는 석주의 뛰어난 언어관이다. 석주는 “대 저 언어는 마음의 소리가 발하여 나오는 것이니, 마 음의 소리가 일치하지 않으면 단결력이 결핍될 것임 은 묻지 않아도 알 일이다”라고 말한다. 석주에게 중 요한 것은 바로 ‘국민의 단결’이었고, 이 단결에 중요 이상룡이 언급한 유형원의 『반계수록(磻溪隧錄)』 『경국대전』 서문 부분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