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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2023년 9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필자는 오늘 석주의 망명일기 가운데 1911년 3월 10일부터 같은 달 22일 까지의 기록을 읽고 있다. 석주는 3월 10일자  일 기를 ‘비서장이 지팡이를 짚고 찾아 오셨다’라고 시작한다. 잘 알고 있듯이 비서장(賁西丈)은 석주보다 13세 연상인 손위  처 남이자 독립운동의 동지였던 김대락(1845~1914)이다. 김대락은 1910년 조국이 망하자 석주보다 먼저 만주로 망명하였다. 김대락은 망명 후에 줄곧 청년들에게 민족의식을 불어 넣 고 이주 한인들의 안정된 정착을 위해 노력하다가 1914년 12월 10일 유하현 삼원포에서 순국하였다. 이제 언제나처럼 자 세 를 바로 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석주의 일기를 읽는다.    선열일기 | 석주 이상룡의 서사록 ⑦ 광복조국 꿈꾸며 토지 · 호적제도, 세금과 재판 문제 점검 언어는 마음의 소리, 일치하지 않으면 단결력 결핍 지적 손 위 처남 김대락과 시 주고받으며 수준높은 논의 글  최진홍(월간 『순국』 편집위원) 10일 비서장이 지팡이를 짚고 찾아오셨다. 서 로 헤어진 지 10여 일인데, 기력이 전보다 나으신 듯 하다. 함께 시사(詩史)를 토론하니 고적함이 매우 위 로가 된다. 오후에 아이들이 항도의숙(恒道義塾)에서 중국 음 으로 된 계몽(啓蒙) 한 책을 빌려와 며칠 공부하기를 청한다. 대저 지나(支那=중국, 필자 주)는 말과 글이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문자를 조금 이해하는 자는 말을 배 우기가 심히 어렵지 않고, 언어를 능히 이해하는 자 는 글을 짓기가 또한 매우 쉽다. 만약 이 곳에 살고자 한다면 마땅히 말을 배우는 것을 제일 중요한 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만 지나의 언어는 하나로 통합 되지 못하여 50여 종류나 되는데, 북경어 · 남경어 · 호 남어 · 광동어 등이 가장 중요한 한어(漢語)이고, 외몽 고어가 많이 쓰인다. 대저 언어는 마음의 소리가 발하여 나오는 것이니, 마음의 소리가 일치하지 않으면 단결력이 결핍될 것 임은 묻지 않아도 알 일이다. 오직 이른바 관어(官語 =공문에 쓰는 표준어)라는 것이 있어 따로 한 종류가 되는데, 상류사회에서 널리 통용된다. 지금 빌려온 중국어 계몽은 아마도 관어인 듯하나, 수작이 너무 장황하다. 만약 능히 번거로운 것을 산삭하고 요점을 추려 전국에 통용하되 한결같이 하면 대중을 다스리 는[群治] 데에 아마 적지 않게 도움이 될 것이다. 11일 비가 오다. 비서장과 토지제도를 논하였다. 곡식이란 인간이 그것에 힘입어 살아가는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