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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사랑방 • 가을로 들어서는 9월의 절기, 백로와 추분 119 냄새를 한자말로 향(香)이라고 한 다. 벼 ‘화(禾)’ 자와 날 ‘일(日)’ 자가 합해진 글자다. 한여름 뜨거운 해 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벼는 그 안 에 진한 향기를 잉태한다. 이처럼 사람도 내면에 치열한 내공을 쌓 아갈 때 비로소 진한 향기가 진동 하지 않을까? 또 들판의 익어가는 수수와 조, 벼들은 뜨거운 햇볕, 천둥과 큰비 의 나날을 견뎌 저마다 겸손의 고 개를 숙인다. 내공을 쌓은 사람이 알찬 알곡처럼 머리가 무거워져 고개를 숙이는 것과 벼가 수많은 비바람의 세월을 견뎌 머리가 수 그러드는 것은 같은 이치일 것이 다. 이렇게 추분은 중용과 내면의 향기와 겸손을 생각하게 하는 아 름다운 때다. 노인성(老人星)이 나타나는 추분 에는 제사를 지내 “《천문지(天文志)》를 살펴보면, 노 인성(老人星)은 항상 추분(秋分)날  아침에 병방(丙方)에서 나타나, 춘 분(春分)날 저녁에 정방(丁方)에서  사라지는데, 노인성이 나타나면 나 라가 잘 다스려지고, 임금이 오래  살고 자손이 번성하는 까닭에, 추 분날 남대문  밖에 나가 기 다린다고 하 였습니다. 우 리 조정에서  춘 분 ( 春 分 ) ㆍ추분(秋分) 날 노인성에  제사 지내는  것은 대개 가 을에 나타나 고 봄에 사라 지는 뜻을 취 하여 제사 지 내는 것입니 다.” 위처럼 《태 종실록》 11 년(1411) 1월 11일 기록에 는 추분에 고려 때부터 장수를 담 당한다는 별 ‘노인성(老人星)’에 제 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보인다. 조 선시대에는 소사(小祀, 나라에서 하는 작은 제사)로 정해 제사를 지낸 것인데 태종과 세종대를 거 쳐 제사를 지냈으나, 중종 이후에 는 폐지되었다. 제사를 지낸다는 노인성은 시리우스 다음으로 밝 은 “카노푸스(Canopus)”다. 남반 구에서는 가장 밝은 별인데 북반 구에 속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평 소 보기 어렵지만 남쪽 해안과 제 주도에서 볼 수 있다. 이 노인성은 한 해 가운데 추분에 나타났다가 춘분에 사라진다고 하여 추분에 제사를 지냈다. 노인성이 나타나면 세상이 태 추분 무렵 농촌에서는 고추 말리기에 한창이다. 세화(歲畵)의 하나인 노인성도(老人星圖)(국립민속박물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