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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2023년 9월 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우리문화 사랑방 에 쌀이 12만 섬(1998년 기준) 이나 더 거둬들일 수 있다는 통계 도 있다. 따라서 예전엔 백로 때 계속해서 비가 내리면 기청제(祈 晴祭) 곧 날이 개기를 빌던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 중용 · 향기 · 겸손이 생각나 낮때와 밤때가 똑 같다 하느니 오면 앗 읽고 달 돋으면 임 생각고 고요히 깊어가는 갈 선비는 졸 닦고 위 노래는 일본 교토(京都)의 토 박이말 시조시인 한밝 김리박 선 생이 쓴 <갈 같 날>이다. 여기서 ‘갈같날’은 추분(秋分)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이며, ‘앗’은 책, ‘갈’은 가 을, ‘졸’은 지조(志操)를 뜻한다. 조 금 쉽게 풀어본다면 “추분은 낮과 밤이 똑같다고 하느니 / 추분 오 면 책 읽고, 달 돋으면 임 생각나 는 때라 / 고요히 깊어가는 가을, 선비는 지조를 닦고 있어라”라고 할 수 있다. 24절기 가운데 ‘추분’은 낮과 밤 의 길이가 같다고 하는 날이다. 이 날을 기준으로 밤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며 가을도 그만큼 깊어져 간다. 그런데 낮과 밤을 거꾸로 보 내기도 하는 현대인에게 ‘추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조선왕조의 《철종실록》 10년 (1859) 9월 6일 기록에 보면 “(임 금께서) ‘성문의 자물쇠를 여는 데 대해 의견을 모으라고 하시면서 종 치는 시각은 예부터 전해오는 관례에 따라 정하여 행하라 는 가 르침이 있었습니다. 추분 뒤에 자 정(子正) 3각(三刻)에 파루(罷漏, 통행금지를 해제하기 위하여 종 각의 종을 서른세 번 치던 일) 하 게 되면, 이르지도 늦지도 않아서 딱 중간에 해당하여 중도(中道)에 맞게 될 것 같다.”라는 내용이 보 인다. 이 기록처럼 추분날 종 치는 일 조차 중도의 균형감각을 바탕에 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도 덜 도 치우침이 없는 날이 추분인 것 이다. 이는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 지 않는 곳에 덕(德)이 있다는 뜻 이며, 이는 ’중용‘이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추분엔 향에 대한 의미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추분의 들녘에 서면 벼가 익어가는데 그 벼들이 익어가는 ‘추분’(그림 이무성 작가) 추분 무렵 피는 살사리꽃(코스모스를 토박이 말로 ‘살사리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