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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열일기 • 석주 이상룡의 서사록 ⑥ 87 7일 영국 학자 곽포사(霍布士 토마스 홉스)의 학설을 읽었다. 살펴보건대, 곽씨는 이기심(利己心) 을 사람의 천성(天性)이라 하였다. 그의 주장은 치우 치고 과격하여 그 말류의 폐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대개 마음[心]이란 이기(理氣)가 합해진 것이다. 이 (理)는 영위(마음먹고 행하느 일)가 없으되 기(氣)는 운용(실체적 활동)이 있다. 영위가 없는 것은 잘 드러나지 않아 미약해 보이 지만, 운용이 있는 것은 현저히 눈에 띄어 강력해 보 인다. 그러므로 사람이 생활 가운데서 여러 가지 일 에 수응할 때에 강력한 것이 일을 주도한다. 이기심 이 드디어 치열해지는 것이다. 곽씨는 그 외면을 보았으나 그 내면을 몰랐으니, 기(氣)는 알았으나 이(理)는 알지 못한 것이다. 이것 이 그의 학설이니, 동방의 유학자에 훨씬 미치지 못 한다. 그러나 계약을 정치의 근본으로 삼아 뭇 백성 들이 공동으로 나라를 세운다는 이치를 확실히 알았 으니 그 견해가 매우 탁월하다. 후대의 학자에 예컨대 낙극(洛克 죤 로크) · 로사(盧 斯 장자크 루소)같은 사람의 민약주의(民約主義)와 저 달이문(達爾文 찰스 다윈)의 생존경쟁 · 우승열패 (優勝劣敗)의 이론은 모두 곽씨를 조술(祖述)하여 19 세기의 신세계를 열었던 것이다. 곽씨는 또 이르기를, “모든 사람이 서로 싸우는 것 이 해가 있을 뿐, 이익이 없음을 알면 화목하게 싸우 지 않을 도리를 찾게 된다. 이에 서로 계약을 맺어 국 가를 건설하게 되었다.”고 하였으니, 이것은 진실로 확실한 논리이다. 그러나 “계약이 성립된 후에 사람 들이 모두 자신의 권리를 군주의 위력에 위탁하여 자신을 보호, 유지한다.” 하였으니, 이 이론은 아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때문일 듯하다. 이미 ‘이기심이 사람의 천성이라.’ 하였다면 군주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 영국  화가 존 마이클 라이트의 그림. 영국 국립 초상화 미 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 소장(네이버 지식 백과 제공) 안동 내앞마을(천전리)에 있는 김대락의 생가 ‘백하구려(白下舊廬)’. 김대락은 매부  이 상룡과 많은 시를 주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