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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2023년 8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석주의 「망명일기」 여섯 번째 시간에 우리가 읽을 내용은 1911년 1월 30일부터 2월 9일까지 10일간의 기록이다. 두고  온  고향 땅에서 ‘너른 집, 훌륭한 처마 밑’에서 거처하던 석주 일가였다. 하지만 잃어버린 나라를 다시 찾겠다며 떠난 망명길에 서  석주 일가가 처한 상황은 곤궁함을 넘어 비참하기만 하였다. 석주는 그러한 처지를 ‘뜨네기, 집을 옮겨 다니는 삶’이라고 묘 사 하고 있다. 당시 석주 등이 집을 빌려 손질을 해놓아 살만하게 고쳐놓으면 중국인들이 와서 내쫓아 버리는 행태가 반복되 고  있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석주를 지탱시켜 준 것은 아마도 먼저 간 사람들의 인내하는 삶을 반추하는 일이었으리라 !  석주는 동양에서는 중국 주(周)나라의 기초를 다진 인물인 고공단보(古公亶父, 문왕의 조부)의 곤궁했던 삶을 상상하곤 하 였 다. 또한 서양에서는 나폴레옹의 ‘불가능은 없다’라는 외침을 되새기곤 하였다. 이제 석주의 일기를 한자도 놓치지 않고 읽 어 보기로 한다. 선열일기 | 석주 이상룡의 서사록 ⑥ 옛 위인과 나폴레옹 ‘불가능은 없다’ 되새기며 극복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국권회복 의지 다져  망명길에서 처한 비참한 삶에도 서양 정치사상 탐구 글  최진홍(월간 『순국』 편집위원) 30일 잠깐 개였다가 다시 눈이 오다. 본토 사 람이 찾아와 내가 살고있는 집이 자기 소유라 하여 집을 옮기라 한다. 집을 옮기라는 것은 대개 말치레 일 뿐이다. 여러 번 객지에서의 어려운 사정을 간곡 히 이야기하였지만, 끝내 조금도 돌아보지 않는다. 할수 없이 내일 이사하겠다고 약조하고, 준형(濬衡) 을 진사 홍승국(洪承國)에게 보내어 두릉구(杜陵溝) 의 빈집을 빌렸다. 두릉 집은 이병삼(李炳三)이 우거 하던 곳으로 지금은 참판 홍승헌(洪承憲)에게 빌려 주었다. 생각컨대, 내가 50년 동안 너른 집 깊은 처마의 훌 륭한 거처에 살다가 하루아침에 집을 나서서는 문득 집 없는 나그네 신세가 되고 보니, 사람의 한 생애가 대부분 허깨비임을 참으로 깨닫겠다. 비서장(賁西丈, 김대락, 손 위 처남)이 절구 시 1수를 보내어 석별의 정을 붙였기로 그 시에 차운하여 사례하였다. 오후에 『성명규지(性命圭旨)』를 읽었다. 이 책은 곧 단가보전(丹家寶典)으로 유불선(儒彿仙)의 여러 학설 을 두루 인용하여 한데 뭉뚱그려놓은 것이다. 그 이 치가 어떠한지를 막론하고 지은이의 마음 씀이 참으 로 근실하다 하겠다. 기억하기로, 예전 가야산에 노 닐 때 벗 차성충(車晟忠)과 산방(山房)에서 함께 기거 하였다. 어느 맑은 새벽에 잠에서 깨었을 때 성충이 나에게 말하기를, “내가 『내단신결(內丹神訣)』을 가 지고 있는데, 나중 국가의 일이 평정되는 날 우리 그 대와 한적한 곳을 얻어서 몇 달 공부해 보기를 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