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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독립운동가 열전 • 혼숫감 옥양목으로 태극기 만들어 시위에 앞장선 “김반수” 71 “전국에서 3월 1일에 독립만세를 부른다는 소 문이 퍼지기 시작하여, 때는 이때다 싶어 동급생 인 일신여학교 학생 몇 명이 모여 태극기를 만들 어 나눠주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의 어 머님께서 혼숫감으로 마련한 옥양목을 어머님 몰래 끄집어내어 태극기를 만들어 만세운동에 앞장서게 되었습니다 ” 종이도 흔치 않던 시절, 어머니가 혼숫감으로 마련한 귀하디귀한 옥양목 옷감을 몰래 장롱에서 꺼내 태극기를 만든 소녀는 1904년 9월 19일, 부 산광역시 동래구 칠산동 232번지에서 태어났다. 3 · 1 만세운동이 일어나던 1919년은 16살로 부산 진일신여학교 고등과 4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당시 교사이던 박시연, 주경애 선생님은 서울의 3 · 1만세 시위 소식 등을 알리며 고등과 4학년인 김반수를 비롯하여 심순의, 김봉애, 김복선과 3학년인 김응 수, 2학년인 김난줄, 김신복, 1학년인 이명시, 송명 진, 김순이, 박정수 등과 더불어 시위 항쟁을 계획 하고 3월 11일을 시위 날짜로 정하였다. 이들은 시 위 때 쓸 태극기를 만들었는데 그 옷감을 선뜻 내놓 은 사람이 바로 김반수 지사였다. 김반수 지사가 다니던 부산 좌천동에 있는 옛 부 산진일신여학교(현, 동래여고 전신)를 찾은 것은 2017년 11월 9일 목요일이었다. 지금은 기념관으 로 쓰고 있는 이 학교는 경사진 높은 언덕에 있었는 데 밑에서 걸어 올라가기가 힘에 부칠 정도로 가파 른 곳에 자리하고 있다. 126년의 역사를 지닌 부산 진교회와 마주 보고 있는 아담한 건물의 옛 부산진 일신여학교(부산광역시 기념물 제55호) 마당에 서 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다. 경사진 언덕 밑에서 바라다볼 때 우뚝 솟아 보이 는 2층짜리 건물은 막상 올라가보니 외로운 섬처럼 달랑 건물 하나만 남아 있었다. 예전에 학생들이 뛰 어놀았던 운동장도 있었을 법한데 모두 주택과 교 회 부지로 바뀌어 버렸고, 지금은 쓸쓸한 건물 한 채 앞에 ‘부산진일신여학교 3 · 1운동만세시위지’라 는 표지판 하나만이 세워져 있다. 마당이 하도 적어 옛 일신학교 전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도 없을 지경 이었다. 기념관을 찾은 시각이 아슬아슬하게 낮12시였 는데 아뿔싸, 점심시간이 시작되어 1시까지 문을 닫아버리는 바람에 근처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 야 했다. 낮 1시, 정확한 시간에 다시 문이 열렸다. 옛 일신여학교는 2층짜리 기념관으로 꾸며져 있었 다. 1층은 김반수 지사가 다닐 무렵의 교실을 재현 한 공간이고 2층은 일신여학교 학생들의 만세운동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김반수 지사와 급우들은 왜경의 눈을 피해 기숙 사 벽장의 창문을 가리고 혼숫감이었던 옥양목을 잘라 태극기를 만들었다. 이날 만든 태극기는 3월 부산 좌천동 경사진 언덕 위에 자리한 옛 부산진일신여학교는 기 념관으로 바뀌었으나, 달랑 한 동 남아 있는 건물이 마치 외로운  섬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