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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2023년 5월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한 번 더 생각하는 역사 다. 당시 명의 황제였던 신종(神宗) 시대의 황실기록 인 『신종실록』을 근거로, 저자는 증위방에 대해 자세 히 설명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명군(明軍)의 지속적 주둔을 요청 하는 조선에 대해, 증위방은 “국왕 중심으로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며, 만일 국왕이 그러한 능력이 없다면 세자 광해군에게 양위하게 하거나 아 니면 나라를 지방의 호걸세력에게 분할하여 각기 책 임지고 지키게 한다”는 안을 제의했던 것이다. 여기 서 ‘분할’도 노계현 교수와 조순승 교수가 말한 ‘명과 일본 사이에서의 분할’이 아니라 ‘[조선] 지방의 호걸 세력 사이에서의 분할’이다. 저자가 증위방과 그의 분할안에 관해, 더 자세히 설명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이 책의 흠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이 책은 임진왜란에 관한 기존의 저술들에서 읽을 수 없었던 새로운 내용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조선이 전쟁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요소 그리고 놓친 ‘큰 기회’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앞 의 것과 관련해, 저자는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전술 과 ‘의병들의 활약’을 꼽으면서, 이 “[두] 요소에 의해 초기의 기울어진 전세에 균형을 잡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우리는 ‘순국’의 정신 을 다시 깨닫게 되며, 위기 속에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무수한 순국자들에게 새삼 경의를 표 하게 된다. 냉엄한 동맹과 국제관계의 현실 뒤의 것과 관련해, 저자는 동맹국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현실에서 동맹관계와 주종관계의 엄격한 구분이 매우 어렵다. 다시 말해, 동맹관계라 도 전쟁과 같은 중요 상황에서는 주종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는 명제는 동맹에 관한 국제정치학 적 이론 개발에서 진지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더 구나 명이 조선을 직접통치하는 안을 검토한 사실에 접하고는 동맹이란 과연 무엇인가 새삼 묻게 됐다. 또 하나 주목하게 되는 점은 국제관계에서 자주 나타나는 ‘속임수의 정치’다. 명이나 일본이나 협상 을 진행하는 가운데도 상대방에게 속임수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북핵 협상에서 확인된 이 현상을 우리는 임진왜란의 경우에서도 다시 보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정치 전반에서, 그리고 한반도를 포함 한 동아시아 국제정세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날 카로운 갈등과 ‘새로운 냉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복잡하면서도 위험한 상황에서 한반도는, 또는 좁 혀 말할 때 대한민국이 세계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 다. “이것을 어떻게 피하느냐”라는 엄중한 물음에 우 리는 직면해 있다. 김영진 교수의 『임진왜란』을 다시 읽으며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교훈을 찾으려는 까닭 이다. 1943년 중국 심양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켄트주립대와 피츠버그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단국대학교 이사장, 인천 대 학교 총장, 동아일보사 사장·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단국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임 중이다. 필자 김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