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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2023년 5월 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순국 역사기행 를 조망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크라스킨 중위 동상 아래에 서 면 사방에 일망무제로 탁 트인다. 동상이 바라보는 정면 남쪽 벌판 에 앉은 곳이 크라스키노 읍이다. 그 앞은 연추만(煙秋灣), 지금은 포시에트만이라고 부르는 바다가 멀리 보인다. 서쪽으로 난 길이 보 이는데 중국 땅 훈춘(琿春)으로 가 는 오래된 도로이다. 고지의 왼쪽, 그러니까 크라스 킨 중위 동상의 등 뒤쯤에 멀리 큰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 이 우리 선열들 이 살던 하연추 마을을 부숴버 리고 러시아인 들이 새로 세운 쭈가노프카이 다. 스마트폰이나 작은 카메라로 는 잡히지 않고 큰 망원렌즈로 찍 을 수 있다. 여행 짐이 많지 않다면 구한말 조정이 밀사를 보내 은밀히 제작 한 ‘아국여지도(俄國輿地圖)’를 들 고 가면 좋다. 아마도 밀사가 연추 를 스케치한 곳이 이 크라스킨 고 지가 아닐까 여겨질 정도로 지형 이 실감 나게 다가온다. 상연추, 중연추, 하연추 말고도 골짜기와 산자락, 그리고 산을 휘감아 흐르 는 강변 이곳저곳이 우리 유민들 의 집거촌으로 가득했음을 짐작 할 수 있다. 위정척사파의 거두로서 국내에 서 의병을 일으켜 혁혁하게 싸웠 던 유인석(柳麟錫)이 이곳에 온 것 은 1908년 8월이었다. 그는 홍범 도(洪範圖), 이범윤(李範允), 최재 형(崔在亨)을 만나 연해주 의병의 정신적 중추가 되고 십삼도의군, 성명회, 권업회의 최고 지도자로 서 활동했다. 전 러시아 공사 이범직의 아우 였던 이범윤은 간도관리사로 북 간도에 파견되어 항일투쟁을 전 개하다가 연추로 왔다. 창의회(倡 義會)를 조직하고 의병대를 만들 었다. 병력 규모는 4천여 명에 달 했으며 무기도 우수한 러시아제 였다. 의병대는 두만강을 건너 국 연추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크라스킨 전망대(2018년 11월, 공사중).  동상 정면이 크라스크노읍, 오른쪽이 상연추, 뒤쪽이 하연추다. 크라스킨 전망대에서 조망한 크라스키노 읍. 대한매일 특별취재반, 『저 기에 용감한 조선군인들이 있었소』에서 옮김. 필자도 공동저술했다.  크라스킨 전망대에서 본 상연추(20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