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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2023년 4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지난 호에 이어 1911년 1월 초부터 시작된 석주의 망명일기를 읽어간다. 『국역 석주유고』를 저본으로 하여 독자들이 읽 기  편하게 약간의 설명을 붙이고 일부 내용은 삭제하여 게재하였다. 선열일기 | 석주 이상룡의 서사록 ② 압록강 건너기 직전 한달 동안  노심초사하며 거의 매일 일기 써 대대로 물려온 전답과 집 처분, 남만주로 이주, 망명 시작 글  최진홍(월간 『순국』 편집위원) 5일. 새벽에 일어나 사당에 절하고 물러나와 작은 아우 봉희(鳳羲), 두 분 당숙과 더불어 집안일을 구분 하여 처리하였다. 논 몇 마지기[頃]는 남겨서 네 분 윗대의 제물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석주는 400년 이어온 임청각의 종손이었다. 망한 조국을 되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종가를 떠나면서 종가의 ‘씻나락’은 남겨두어 누대의 제사비용에 대 비하고 노비문서를 불태워 하인들이 양민이 되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 밭 몇 마지기를 남겨두어 (남아서 고 향을 지킬) 두 조카와 두 분 당숙의 의식 비용을 대도 록 하였다. 1백 꿰미[緡]의 동전을 기부하여 흉년에 일족을 구조하는 데 쓰도록 하고, 다시 30 꿰미를 내 어 재종조 종봉씨의 빚을 갚는 데 보조하였다. 식후에 마을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 재종조 정우 (庭愚)씨는 두 강을 건너와서 전송하니, 평소 애호하 는 정이 도타움을 알겠다. 저녁 무렵에 행장을 수습 하여 호연(浩然)히 문을 나서니, 여러 일족들이 모두 눈물을 뿌리며 전송하였다. 소산(蘇山)의 김흥한(金興漢)이 일부러 나를 보 러 찾아오는 도중에 만나서 한 시각이 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물어서 평리(平里)에 이르렀다. 저녁 먹 은 후에 주머니를 털어 동전 네 꿰미로 술과 안주를 마련하고 법흥 마을 일족을 불러 함께 즐긴 후에 자 리를 파하였다. 6일 바람이 매우 차갑다. 재종조 종하(鍾夏)씨가 지전 1원을 노자에 보태라고 주신다. 행차가 안동 동 문 밖에 이르자, 재종조 종기(鍾基)씨가 미리 나와 기 다리고 있었다. 대개 어제 함께 가기로 약속했었기 때 문이다. 송기식(宋基植)이 또한 와서 전송하는데 문어 한 마리를 행로 중 찬거리에 보태라고 내놓았다. 정오 무렵 노복과 말이 도착하였다. 큰 아우 상동 의 소식을 못들은 지 오래인데, 바야흐로 얼굴도 보 지 못한 채 헤어지는 것을 서글프게 여기던 차에 때 맞추어 와서 만나니, 떠나가고 남아 있는 이별의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