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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2023년 4월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한 번 더 생각하는 역사 『정치: 아와 비아의 헤게모니 투쟁』 서평 신채호와 안토니오 그람시를 ‘아비헤투’ 개념으로 연결 설명 한국적 정치학의 모색 절실 글  김학준(단국대 석좌교수) ‘한국적 정치학’이 성립될 수 있는가의 물음은 아직도 유효하다. 저자는 이 물음에 대해서도  성실한 답변을 진지하게 시도했다. 그러나 ‘한국적 정치학’에 대한 토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이며, 그 토론에서 이 책의 학문적 가치는 충분히 인정될 것이다. 신채호가 저 유명한 「조선혁 명선언」을 발표한 때로부터 백주년이 된 올해, 이 책을 통해 신채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 준 것만으로도 이 책의 공은 크다. 신채호와 그람시를 연결한 첫 시도 이 책의 제목에 접한 독자는 우선 우리 겨레의 위 대한 사상가이면서 독립운동가로, 역사를 ‘아와 비아 의 투쟁’으로 정의한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선생 을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 해당하는 「책을 내며」에서 자신이 단재의 그 정의에 공감해 정치에 관한 자신의 관점을 세움에 있어서 기 둥으로 세웠다고 설명했다. 그다음으로, 이 책의 제 목에 들어가 있는 ‘헤게모니’는, 저자의 설명 그대로, 파시스트 무솔리니 시대 이탈리아의 정치이론가이 면서 반독재투쟁가였던 안토니오 그람시가 발전시 킨 용어다. 신채호와 그람시 두 사람에게는 비록 국적 은 달랐고 서로 몰랐지만, 공통점이 있다. 신채호는 1880~1936년에 살았고 그람시는 1891~1937년에 살았던 사실에 보이듯 동시대인이었다. 신채호는 일 제 군국주의에 대항해, 그람시는 이탈리아 파시즘에 대항해, 한 치의 양보나 타협없이 투쟁했으며 옥사했 거나(신채호), 사실상 옥사했다(그람시). 그들의 선언 과 이론은 모두 ‘투쟁’으로 귀결됐다. 이 두 사람을 ‘특 별히 좋아하는’ 저자는 그들의 개념을 ‘아비헤투’로 묶은 뒤 그것을 중심으로 정치를 정의하고 설명하고 『정치: 아(我)와 비아(非我)의 헤게모니 투쟁』 (김학노(金學魯), 박영사,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