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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 스크랩 • ‘독립민주의 길’ 탐방북한산 둘레길에서 만난 독립유공자들 87 러졌고, 무덤은 미군정의 반대로 서울 시내에 마련하 고자 하는 계획이 좌절되면서 우이동 지금의 자리로 정해졌다. 여운형의 묘소가 다시 한번 대중적 관심의 대상으 로 떠오른 것은 1991년 남북여성토론회에 북측 대표 로 참석한 여운형의 딸 여연구가 묘소를 참배했을 때 였다. 딸이 44년 만에 처음으로 아버지의 묘소를 참 배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분단의 아픔을 뼈저리 게 느끼는 장면이었지만, 합의에 없던 김일성의 조화 가 등장하면서 벌어진 남북의 옥신각신은 분단된 한 반도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비극적 장면이었다. 필자가 참여한 이번 여운형의 묘소 참배는 두 가 지 점에서 뜻이 깊었다. 하나는 심산 김창숙 선생의 손녀 김주 여사와 함께 참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김주 여사는 여운형의 묘소 근처에 산다고 했다. 다 른 하나는 여운형의 삶을 되짚어보면서 이날의 탐방 이 갖는 의미를 정리해주신 서중석 교수(성균관대) 의 짧지만 울림이 있는 말씀을 듣게 된 점이다. 서중 석 교수는 여운형 – 김창숙 - 문익환으로 이어진 분 단극복을 위해 헌신한 분들의 삶과 죽음을 통 해 평 화통일의 소중함과 절박함을 배우는 뜻깊은 시간이 었다고 했다. 여기에 함께 참여한 한 어린이가 여운형의 묘소 앞에서 줄넘기를 한 일도 평생 잊지 못할 명장면으 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참석자들은 한반도의 미래 를 책임질 한 어린이의 줄넘기가 평소 체육을 좋아 하신 여운형 선생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기를 바라면서 이날의 ‘독립민주의 길’ 탐방을 마무리하 였다. 근현대사기념관 입구 여운형 흉상과 부근의 여운형 묘소, 묘비 서울 동작구에서 동작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을 맡아 지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서 울현충원 역사탐방을 비롯하여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중심으로 하는 근현대 역사탐방을 이끌고 있고, 「오마이뉴스」에 ‘동작 민주올레’를 연재하고 있 다. 저서로 『현충원 역사산책』,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 『낭만과 전설의 동작 구』, 『동작 민주올레』 등이 있다. 필자 김학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