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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우리 것들 • 경칩, 은행 씨앗 선물로 주고받는 토종 연인의 날 121 그런가 하면 이날 흙일을 하 면 탈이 없고 빈대가 없어진다 고 해서 담벽을 바르거나 담장 을 쌓았다. 또 경칩 때는 보리 싹의 자람을 보아 그해 농사를 점치기도 한다. 《성종실록》에 우수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에는 올 벼를 심는다고 했는데 우수와 경칩은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 는 중요한 때다. 경칩 무렵 양지에서는 쑥이 자 란다. 그래서 이때쯤이면 들판에 서 쑥을 캐는 아낙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이때는 쑥 밥, 쑥국, 쑥지짐, 쑥인절미, 쑥버 무리, 쑥개떡 천지가 된다. 궁궐에 서는 수라상에 쇠고기에 데친 쑥 을 다져 넣고 완자를 빚어 장국에 끓인 ‘애탕국’이 올라가기도 했다. 혹시 강한 쑥향 때문에 보통의 쑥 국에 거부감이 있었던 사람이더 라도 애탕국은 부담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애탕국은 글쓴이를 모르는 조 선 후기의 요리서 《시의전서(是 議全書)》, 1917년 방신영(方信榮) 이 쓴 《조선요리제법 朝鮮料理製 法》(新文館 발행), 이용기(李用基) 가 1924년 쓴 요리서 《조선무쌍 신식요리제법》에 소개되어 있다. 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 폭탄이 떨어졌던 히로시마의 잿 더미 속에서 가장 먼저 자란 식물 일 정도로 약이 되는 먹거리며, "7년 된 병을 3년 묵은 쑥을 먹고 고쳤다."라는 속담이 있다. 봄철 입맛이 떨어질 때 쑥과 소고기가 어우러진 애탕국으로 겨우내 움 츠렸던 몸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 도 좋을 일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쑥 의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쓰다고 했다. 오래된 온갖 병과 부인병에 효과가 있으며, 태아를 안정시키 고 복통과 설사를 멎게 하고 호흡 고로쇠 수액을 받는 모습 (제공 : 산림청)   쑥개떡 (출처 : 크라우드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