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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우리문화 사랑방 120 2023년 3월 을 5일 단위로 3후(候)로 나누고 있다. 이들 기록에 따르면 초 후(初候)에는 “복숭아꽃 이 피기 시작하고, 중후 (中候)에는 꾀꼬리가 짝 을 찾아 울며, 말후(末候) 에는 매가 보이지 않고 비둘기가 활발하게 날아 다니기 시작한다.”라고 한다. 경칩 기간에 대한 이런 묘사가 조선 초 이 순지(李純之) 등이 펴낸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 1444)》 등 한국의 여러 문헌에도 인용되고 있는데, 중국 문헌의 절기는 주(周)나라 때 화북 (華北, 지금의 화베이 지방 곧 베 이징[北京]과 텐진[天津]이 있는 지 역) 지방의 기후가 바탕이 된 것이 기 때문에 한국의 기후와는 다를 수 있다. 만물이 움트는 이 날은 예부터 젊은 남녀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 하기 위해 은행 씨앗을 선물로 주 고받고 날이 어두워지면 동구 밖 에 있는 수나무 암나무를 도는 사 랑놀이로 정을 다졌다. 그래서 경 칩은 토종 연인의 날이라고 얘기 한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임금이 농사의 본을 보이는 ‘적전(籍田)’ 을 경칩이 지난 뒤의 ‘돼지날(해 일, 亥日)’에 선농제(先農祭)와 함 께하도록 했으며, 경칩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불을 놓지 말 라는 금령(禁令)을 내려 자연을 사 랑하는 마음을 보이기도 했다. 중 국 고대 유가의 경전 《예기(禮記)》 「월령(月令)」에도 “이월에는 식물 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을 기 르며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라 고 되어 있다. 민간에서는 경칩에 개구리알 이나 도룡뇽알을 먹으면 몸 에 좋 다고 하였으나 어린 생명을 그르 치는 지나친 몸보신은 금해야만 한다. 또 단풍나무나 고로쇠나 무에서 나오는 즙을 마시면 위장 병이나 속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 서 먹기도 했다. 전남 순천의 송 광사나 선암사 일대에서 채취한 고로쇠 수액은 유명하다. 보통의 나무들은 절기상 춘분(春分)이 되어야만 물이 오르지만, 남부지 방 나무는 조금 일찍 경칩 때 물 이 오르므로, 첫 수액을 통해 한 해의 새 기운을 받고자 하는 생 각이다. 경칩날, 은행을 나눠 가지고, 은행나무를 돌며 사랑을 확인했다. (그림 이무성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