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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이야기가 있는 우리 땅 104 2023년 2월 1999년 9월 17일은 한국에서 철도가 부설되어 운영되기 시작 한 지 꼭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 다. 그러나 이를 축복하는 마음보 다는 철도를 매개로 수난을 겪어 야 했던 쓰라린 우리의 근대사가 떠올랐던 것은 어찌된 연유일까? 서울역은 개장한 이래 122년 의 긴 역사를 가진 철도의 관문이 며 2004년 4월 1일 KTX 열차 개 통과 함께 서울통합민자역사로 새롭게 단장을 하여 현재 경부고 속철도, 경부선 일반(새마을, 무 궁화), 경의선의 시종착역으로 기 능하고 있다. 12개 승강장으로 구 성되어 있는데, 1∼8번 승강장 은 KTX, 새마을, 무궁화 열차의 출발장이고, 9∼12번 승강장은 KTX, 새마을, 무궁화 열차의 도 착장이다. 그리고 12번 승강장은 경의선 열차, 경인고상장은 천안 행 전동열차의 승강장이다. 근래 에는 공항철도도 연결되어 내외 국인 이용자가 매우 많다. 기차나 철도를 배경으로 한 문 학이나 영화, 드라마는 무수히 많 다. 오래 전 영화로는 이만희 감 독의 1966년 개봉작 ‘만추(晩秋)’ 가 유명하다. 시로는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가 떠오른다. 이 시는 ‘사평역’이란 가상의 역을 소재로 하여 1980년대 한국 민중의 그리 움과 슬픔의 정서를 내면화하여 매우 절실하게 묘사했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로서 1983년 창작과비평사에 서 발간한 첫 시집 『사평역에서』 에 실렸다. 1980년대 이후 대표 적 서정시로 자리매김했으며, 임 철우가 『사평역』이라는 이름으로 소설로 쓰기도 했다. 노래로 불리 기도 했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 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 고 /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 창마다 /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 몇 은 감기에 쿨럭이고 /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 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 모두들 아무 말 도 하지 않았다.…… 이 시는 1980년 5월 광주민주 화항쟁이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의 총칼에 무참히 짓밟혔던 암울한 한국현대사의 질곡을 배경으로 하 고 있었다. 그러나 이 시는 현실적 상상력을 낭만적 상상력으로 자연 스럽게 변화시킴으로써 리얼리즘 의 새로운 경지를 보인 것으로 분 석된다. 진술과 토로로 일관하는 교시적 메시지에 의지하지 않고 인간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휴머니 즘의 바탕위에서 현대사와 민중의 모습을 훌륭하게 시로 승화시켰다 는 평가를 받았다. 또 그리스의 아그네스 발차 (Agnes Baltsa) 노래로 우리에게 익숙한 ‘기차는 8시에 떠나네(To Treno Fevgi Stis Okto)’는 매우 서 정적이면서도 슬픈 애수의 감정을 담은 노래로 유명하다. “카테리니 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 11월 은 내게 영원히 기억속에 남으리 내 기억속에 남으리 / 카테리니행 기차는 영원히 내게 남으리……“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침입 에 맞서 투쟁하던 항독전사, 그리 스 레지스탕스와의 이별을 소재 로 한 이 노래는 많은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려 전 세계에서 널리 애 송되고 있다. 우리 독립운동사에 서도 사랑하는 가족, 연인과 철도 에서 헤어지고, 때로는 상봉도 하 는 그러한 사례는 무수히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명 한 문학작품이나 다른 예술작품 으로 승화된 사례는 드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