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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됩니다 군 간부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장졸들은 하나둘 모이는 중이었다. 시위대 제1연대 제1대대장 박승환은 미 리 병고를 들어 참석지 않았다. 전날부터 흉흉한 소문이 돌았고 서울 요처에는 일 본군이 기관총을 설치하는 등 중무장으 로 철통같이 경계하고 있었기에 뭔가 심 상치 않은 일이 있을 거라 다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이날의 자리는 대 한제국군대를 해산 하는 자리였다. 간단한 해산식이 있고 모인 병사들에게 정부로부 터 계급에 따라 은사금을 지급했다. 군인들은 더욱 울분에 떨었고, 일부 병사들은 돈을 찢어 버리고 통곡하 며 병영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일본군들은 시위대 병사들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총포를 모두 거두어 갔기 때문에 병영은 텅 비어 있었다. “마땅히 저 적들과 결사 항전하여 나라의 원수를 갚자” 한국군 교관 구리하라(栗原) 대위는 시위 제1연대 제1대대를 정렬시켜 훈련원의 해산식장으로 출 발하려고 했다. 그때 시위대 제1연대 제1대대장 박승환과 중대장인 정위 오의선이 자결했다는 소식 을 들었다. 두 사람은 해산한다는 이야기를 차마 장병들에게 알리지 못하고 자결했던 것이다. 대대장 자결 소식을 접한 병사들은 울분을 토하며 교관에게 달려들자 구리하라 대위는 병영으로 도망하였다. 같은 시각 인근에 있던 시위 제2연대 제1대대는 일본인 교관 이케 대위의 지휘로 훈련 원으로 향하여 영문을 나가려던 중, 시위 제1연대 제1대대의 소식을 듣고 교관에게 폭행을 가하였다. 시위 제1연대 제1, 2대대의 병사들은 곧바로 탄약고를 접수한 뒤 무기를 휴대하고 병영으로 모였다. 남대문 안쪽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이 오고 있다는 소식에 시위 제2연대 제1대대의 남상덕 참위 가 “윗 장교(上將)가 나라를 위해 죽음으로 의로움을 보였는데, 내가 어찌 홀로 살기를 바라겠는가? 마땅히 저 적들과 결사 항전하여 나라의 원수를 갚자”며 일본군과의 항전을 주장했다. 조선 건국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서울 시가전 시위대의 병영을 접수하려고 한 일본군 제9, 10중대와 시위대 병사들 간에 사격전이 시작됐다. 이 로써 일본군과 시위대 사이에 격렬한 시가전이 벌어졌는데 이 사건이 바로 남대문 전투다. 병영을 점령한 일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