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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출항한 우키시마호는 8월 24일 음료수를 보충해야 한다며 갑자기 진로를 변경하여 교토부 마이즈루만으로 들어섰다. 그러다가 오후 5시 20분쯤 헤비지마[蛇島] 앞에 멈추어 있을 때 ‘쾅’ 하는 폭발 소리와 함께 두 쪽으로 꺾여 순식간에 침몰해 버렸다. 그 지점은 마이즈루만의 작은 어촌인 시모사바가[下佐波賀] 마을 앞바다였고 해안에서 겨우 300m 밖에 안 되는 가까운 거리였다.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고 소용돌이에 휘말려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갑판 위에 나와 있던 몇몇 사람들만 두께가 1㎝나 되는 기름 바다에 내던져진 채 아우성 치고 있었다. 이를 본 시모사바가의 어민들이 20여 척의 작은 고기잡이 배를 총동원하여 달려왔으나, 구조한 사람은 극히 일부 밖에 되지 못했다. 마이즈루만 주변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골이 깊다보니 해안에서 가깝다고 해도 수심이 깊어서 인명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얼마 후 배가 폭발한 원인에 대해서 일본은 미군이 뿌린 수뢰(水雷)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믿기에는 너무도 석연찮은 점이 많다. 우선 우키시마호가 출항할 때 부산항까지 편도분의 기름만 싣고 간 사실, 배가 마이즈루만에 들어섰을 때 만 입구에 ‘수뢰 없음. 안전’이라는 푯말이 떠 있었다는 사실, 배가 폭발하기 20분전 일본 승무원들이 보트를 바다에 내던지고 먼저 탈출한 사실, 배가 정지되어 있을 때 폭발했으므로 촉뢰의 가능성이 적다(대부분의 경우 수뢰는 정지되어 있고 움직이는 배와 충돌해 폭발을 일으킨다)는 사실, 촉뢰만으로는 4,730톤의 거대한 배가 순식간에 가라앉지 않는다는 사실은 일본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들이다. 특히 촉뢰로 인한 침몰이라면 바깥의 폭발로 인해 선체의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구멍이 뚫려야 하는데, 훗날 인양한 우키시마호 바닥 구멍은 선체의 안쪽에서 바깥 방향으로 뚫려 있어 폭발이 배 내부에서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일본 해군이 의도적으로 배를 폭침시켰음이 분명했던 것이다. 일본은 이 사건의 희생자가 승선 3,725명 중에서 사망 524명, 생존 3,201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우키시마호에는 정원 4천 명의 2배가 훨씬 넘는 사람들이 타고 있어 초만원 상태였다고 한다. 일본 측 주장 ‘승선 3,725명’은 배의 정원조차 다 채우지 않았다는 말이니 그들의 발표는 터무니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당시 구조된 한국인들의 숫자도 일본 발표대로 3,201명이 아니라 대략 6백~8백 명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 : 대순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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