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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 - 해남 주민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나주경찰부대를 인민군으로 오인한 몇몇 사람들이 "인 민공화국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 관계없이 주민들은 무차별 사격의 대상이 되었고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한 성인 남성이 주 타깃이었다. 당시 나주경찰부대원은 소부대로 나뉘어 해남군 소재 각 면으로 이동했다. 전남 해남 군 마산면 화내리에서는 주민 2명이 사살되었다. 나주경찰부대 트럭이 마을로 진주하자, 이들을 인민군으로 오인한 주민 30~40명이 환영을 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6명이 해남 경찰서로 연행됐고 이 중 2명이 학살됐다. 나주경찰부대가 완도로 이동하면서 해남군 현산면 일평리를 지날 때였다. 경찰부대를 도로에서 마주친 주민 3명은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한 채 길가 개울에 머리를 처박았다. 나주경찰부대가 총을 쏘아 그들을 벌집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인민공화국 만 세"를 부르지도 않았다. 경찰은 주민들에게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그저 총질을 했다. 사냥꾼이 지나가는 짐승에게 총질한 격이다. 이 와중에도 놀랍게도 피해를 전혀 보지 않은 마을이 있었다. 바로 해남군 북평면 남 창리였다. 당시 이 마을에는 인민군을 환영한다며 주민 20여 명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한 명도 피해를 입지 않았을까? 이날 진주한 나주경찰부대원 중에 남창리가 고향 인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찰은 "아재들요, 언능 들어가씨오"라며 등을 떠밀었고 경찰 지휘자에게는 "여기 무식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한 것잉께 용서해 주이소"라고 사정했다. 그렇게 눈감 아 주어 남창리에서는 단 한 명의 피해자도 나오지 않았다.(진실화해위원회, 『2007년 하 반기 조사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