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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5 - 큰 대문채와 같은 단층 5칸 맞배집인 가허루(駕虛樓) 중앙의 문간(門間)을 거쳐 천불전 안마당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서향하여 자리한 천불전이 마주 보이고, 왼쪽에는 봉향각, 오른쪽에는 옛 강원이던 용화당이 마당을 둘러싸고 있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하는 북원 (北院)에 비하면 마당은 크지는 않지만공간의 규모에 맞게당우들의 형식이 갖추어져 있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다포계 팔작집인 천불전은 장대석으로 바른층쌓기한 높은 기단 위에 막돌초석을 놓고, 민흘림의 원형기둥 위를 창방(昌枋)으로 결구하고, 이 위에 다시 평방(平枋)을 얹었다. 공포의 짜임은 외3출목(外三出目)·내4출목(內四出目)으로 살미첨차 [山彌檐遮]의 끝은 앙서[仰舌]로 되어 있고, 앙서는 연꽃봉오리로 조각하였다. 어간(御間) 정면 기둥머리에는 용두조각이 끼워져 있다. 가구(架構)는 대들보를 앞뒤 평주(平柱) 위에 걸고,이 위에 동자기둥을 세워 종보[宗樑] 를 걸었다. 좌우 측면의 어간 기둥의 대들보에 용머리로 장식된 충량(衝樑)을 걸었다. 천 장은 우물천장과 빗천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물천정의 반자 중에는 범어(梵語)가 쓰 여진 것도 있다. 정면에는 3칸 모두 빗꽃살과 소슬빗꽃살창문을 달고, 왼쪽 측면에는 외짝문을 달았으 며, 이외의 나머지 면은 모두 벽체로 마무리하였다. 벽체는 인방재로 상하를 나누어 상부 에는 내외부 모두 각기 다른 벽화가 그려져 있고 하부는 세로로 세운 판재로 마감하였 다. 내부 불단에는 삼존상 뒤로 1,000여 개의 불상이 봉안되어 있다. 정면의 계단 좌우 로는 당간지주가 각기 자리하고 있다. 대흥사 천불전은 평면 비례와 공포 배치, 상부가구 등에서 천불을 봉안하기 위한 합리 적인 계획수법에 의해 건립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천불전의 건축형식과 세부적 수법은 인 근의 미황사 대웅전(1754년), 불갑사 대웅전(1764년), 불회사 대웅전(1808년) 등과 유사 하다. 조선 중기 이후 성행한 전형적인 다포계 건물로서 짜임새가 매우 화려하면서도 우 아하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대흥사 천불전은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천불전 건물을 대표할 수 있는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큰 건물이다. 또한 천불전의 중건과 내부에 봉안된 천불 조성의 역사에 대해 명확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