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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내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찾아 피묻은 거적을 들추는 어미의 거친 손 통곡조차 죄가 되던 세상 그 핏물 스며든 땅에 씀바귀, 지칭개, 민들레 들꽃들은 다투어 피어나는데 아직도 어두운 흙 속에 바람 속에 두 손 묶여 서성이는 혼령이여, - 자유하라, 그대들을 단죄 할 자 누구도 없나니 - 허물을 털고 일어서는 진실만이 용서와 사랑의 다리를 놓는 법, 그 다리를 건너오는 아침을 위해 눈감지 못하는 하늘이여, 다물지 못하는 바다여, 50년 바람 속에 떠도는 호곡을 그치게 하라. 200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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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이 오면 어혈을 풀지 못한 여수 앞 바다는 굽이굽이 갈기를 세워 달려든다. 신월리에서 만성리에서 가막섬 애기섬을 돌아오는 저 외치는 자의 소리여, 그 소리곁에 천년을 두고도 늙지 않는 바람이 오동도 시누대 숲을 흔들어 깨운다. 반세기 가려진 햇빛이 비늘을 벗는다. 살아서 죽은 자나 죽어서 산 자나 이제는 입을 열어 말할 때 오! 그날 밤 하늘마저 타버린 불길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었다. 눈먼 총부리에 쓰러진 그들은 제 살 제 피붙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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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혼(鎭魂) - 통곡조차 죄가 되는 세상. 떠도는 혼령이여 - 조계수 詩人.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