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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6 - [축문] 유세차 2022년 11월 19일 오늘 120여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아산유족회 회원 모두는 국가공권력에 의해 영 문도 모른 채 끌려가 억울하게 희생되신 900여 영전에 삼가 고하나이다. 세월은 빠르게 흘러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었지만, 현실은 조금도 바뀜이 없이 일년 전과 다름이 없이 답답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또 그 어떤 것도 해드릴 수 없음에 마 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마디 굵은 손으로 정성으로 가꾸셨다던 스마지기 텃논에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먹이를 찾는 산비둘기 몇 마리가 날아와 앉았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이름 모를 곳 어느 곳에 백골로 묻혀계실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가슴이 아려옵니다. 스물여섯의 나이! 그 풋풋한 나이에 어찌 그 흔한 사진 한 장 남기시지 못하셨나요? 세상에 태어나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해 언제나 낯선 이름, 한 번도 보지 못해 그릴 수 없는 얼굴 그래서 더욱 눈물이 흐르고 한이 맺힙니다. 조금은 늦게 와도 좋을 것들은 빨리 오고, 오고 기다린 것은 귀머거리도 주홍글씨를 등에 달고 살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오늘 한 맺힌 900여 영혼 앞에 몇 잔의 박주와 변변치 못한 소찬으로 정성으로 올리오니 강림하셔서 흠향하시고 부디 해원 안식하시고 극락왕생하시옵소서. 상향 2022년 11월 19일 아산유족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