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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운정의 빛과 그림자.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삼청동으로 넘어가는 곳에 있던 정자 취운정. 이곳은 갑신정변 주역들이 모여 내외 정세를 토론하던 곳이자, 청일전쟁과 러일전쟁후에도 많은 지사들이 나라를 걱정하며 모이던 곳이다. 이곳에서 1909년 7월 13일 10시, 전혀 다른 시회(詩會)가 열렸다. 7월 6일 일본정부가 '한국병합' 방침을 결정하고, 7월 12일 사법권마져 강탈한 바로 다음 날 경성 한복판에서 '한국병합'의 기초를 닦은 이토를 찬양하는 시모임이 열린 것이다. 각부 대신과 고위관민들이 모여 전직 통감 이토를 추앙하고 여흥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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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翁七十氣昻然 춘옹(이토 히로부미)은 칠십노인이면서도 기세가 높아 活佛身兼到上仙 살아있는 부처요 하늘에 오른 신선이라. 誰識平生勞苦意 평생 수고한 뜻을 누가 알리오 只憂西勢漸東邊 다만 근심하는 것은 서양의 세력이 동쪽으로 밀려옴으라. 時 隆熙三年 七月 於京城翠雲亭 賦別 伊藤公舜 一絶 書爲井上君雅囑 韓國從一品 農相 趙重應 융희 3년 7월, 경성의 취운정에서 이토공과 이별하며 절구 한수를 지었다. 이노우에 군께서 부탁을 해서 썼다. 한국 종1품 농상 조중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