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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9월30일 금요일 11 (제189호) 독자마당 인류의 이상사회라던 요순시대는 특별한 정책 을펴서이룩된 세상이 아니었습니다. 그처럼 높 고 권위가 대단하던 황제가 엄하고 강한 위풍을 짓지 않고 자기를 낮추고 겸손한 마음으로 천 한 농 부 들 에 게 도 의 견 을 묻 고 진 심 어 린 대 화 를 나 누 는 일 에 서 요 순 정 치 는 출 발 했 습 니 다 . 그 래 서 『 시 경 』 에 는 ‘ 순 우 추 요 ( 詢 于 芻 집)’라 는 구 절 이 나 오 고 , 『 논 어 』 에 는 그 구 절 을 인 용 하 여 요 순 이 요 순 인 이 유 가 거 기 에 있 었 노 라 고 설 명 해 주 었 습 니 다 . 꼴 베 고 나 무 베 는 백 성 들 의 의 견 을 제 대 로 들 어 서 그 들 이 원 하 고 바 라 는 대 로 정 치 를 한 다 면 요 순 시 대 가 오 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반 백성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하는 일이야 쉽지 않기 때문에, 궁중에서 함께 벼슬하는 신 하 들 의 진 실 한 의 견 을 제 대 로 받 아 들 여 서 하 는 정 치 라 도 해 야 한 다 는 생 각 을 했 던 사 람 이 , 조 선 후 기 의 위 대 한 성 군 ( 聖 君 ) 이 던 정 조 대 왕 이 었 습 니 다 . 정 조 대 왕 의 신 하 로 는 훌 륭 한 신 하 가 많 기 도 했 지 만 , 역 시 다 산 정 약 용 이 라 는 신 하 가 특 별 했 습 니 다 . 신 하 들 과 의 아 름 다 운 소 통 을 위 해 온 갖 노 력 을 기 울 이 던 정 조 의 의 중 을 제 대 로 알 아 차 린 다 산 은 곳 곳 에 서 정 조 의 그 훌륭한 소통정신을 자세하고 아름답게 기록 으로 남겼습니다. 다 산 의 글 「 부 용 정 시 연 기 ( 芙 蓉 亭 侍 宴 記 ) 」 에 정 조 의 진 정 어 린 소 통 의 예 를 아 름 답 고 자 상 하 게 기 록 해 놓 았 습 니 다 . “ 지 금 의 임 금 1 9 년 ( 1 7 9 5 ) 봄 에 임 금 께 서 상 화 조 어 연 ( 賞 花 釣 魚 宴 : 꽃 구 경 과 낚 시 질 잔 치 ) 을 베 풀 었 는 데 , 신 ( 臣 ) 이 규 영 부 찬 서 로 글 씨 쓰 는 노 고 가 있 다 고 하 여 특 별 히 명 하 여 잔 치 에 참 석 하 게 하 였 다 . 이 때 대 신 각 신 ( 閣 臣 ) 으 로 잔 치 에 참 석 한 사 람 이 1 0 여 명 이 었 다 . … 임 금 이 여 러 신 하 들 을 돌 아 보 고 ‘ 내 가 이 곳 에 온 것 은 안 일 하 게 유 희 나 즐 기 려 고 온 것 이 아 니 다 . 오 직 경 들 과 함 께 즐 김 으 로 써 마 음 을 서 로 주 고 받 아 천 지 의 조 화 에 응 하 고 자 함 이 다 . … 임 금 과 신 하 의 관 계 는 하 늘 은 높 고 땅 은 낮 은 것 과 같 다 고 하 였 으 나 임 금 의 도 가 너 무 굳 세 기 만 하 고 마 음 씨 가 미 덥 지 못 하 면 모 든 정 사 가 좀 스 러 워 지 고 육 기 ( 六 氣 ) 는 어 긋 나 게 되 어 재 앙 과 이 변 이 일 어 나 게 된 다 . … 우 리 임 금 께 서 는 평 소 에 뜻 이 공 손 하 고 검 소 하 시 어 여 색 은 좋 아 하 지 않 으 시 며 진 신 사 대 부 들 중 에 문 학 과 경 술 에 밝 은 사 람 만 좋 아 하 여 그 들 과 함 께 잔 치 를 베 풀 어 즐 기 신 다 . 음 식 을 내 려 주 고 온 화 한 얼 굴 빛 으 로 대 해 주 어 서 친 한 이 를 친 하 게 대 해 줌 이 마 치 집 안 사 람 들 이 나 부 자 ( 父 子 ) 사 이와 같아서 여러 신하들도 각각 자기가 하고 싶 은 말 을 다 털 어 놓 지 않 음 이 없 었 다 . 그 리 하 여 민생의 질고와 여항의 말 못할 답답한 사정 을 모 두 환 히 들 을 수 있 었 다 . … ” 정조의 위대한 소통정신, 그것을 제대로 알아 본 신하 다산의 뛰어남이 합해져 어떻게 소통하 는 일이 진정으로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세상 의 질고가 무엇인가를 바르게 알아낼 수 있는 소 통인가를 훌륭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보여 주기 위해서, 소통을 잘 한다는 말을 듣기 위한 수단으로 진정성 없이 아무나 만나서 지나가는 식으로 듣고, 해결책은 건성으로 대답해버리는 소통이 아니라,진정성으로 묻고.진실한 마음과 간절한 뜻으로 답해주는 소통이라야 참다운 소 통임을 정조가 보여주고 다산은 기록으로 남겼 습니다. 특 히 술 을 마 시 며 마 음 을 가 라 앉 히 며 하 고 싶은 말을 부모나 가족에게 하는 것처럼 할 수 있 는 분 위 기 가 조 성 된 뒤 , 민 생 과 국 계 ( 國 計 ) 를 위 한 어 떤 내 용 의 이 야 기 도 거 리 낌 없 이 대 화 할 수 있 는 소 통 , 그 런 소 통 만 이 참 다 운 소 통 임 을 알 려 준 사 람 이 다 산 이 었 습 니 다 . 새 정 부 가 들 어 서 자 ’ 소 통 ‘ 이 라 는 이 름 으 로 여 러 가 지 일 이 벌 어 지 고 있 는 데 , 과 연 정 조 처 럼 진 정 한 소 통 을 위 한 소 통 인 가 를 되 돌 아 봐 주 기 를 바라고 바랄 뿐입니다. 임금과신하와의아름다운소통 박석무 다산연구소이사장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던지 그 일의 결과에 대 해 미리 예측을 하고 일의 과정도 설계한다. 대학 (大學)에서는 이를 물유본말(物有本末) 사유종 시(事有終始)라 하여, 모든 일에는 그 일을 하는 목적(本)과 일을 하는 수단(末)이 있고, 그 일이 끝났을때의상태도미리 예측하여 알아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예측’이다. 낙관적 성 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비관 적 성향을 가진 사람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 다. 예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일이 계획대로 진 행될 수가 없다. 이를 우리는 계획오류(planning fallacy)라고한다. 계획오류 중에 심각한 경우는 여러 인과관계가 연결되는 경우에 그 인과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전혀 엉뚱한 결과를 낳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1886년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엘 크,들소,영양,사슴이 밀렵꾼들에 의해 사라지자 공원 관리를 위해 엘크의 개체 수를 늘리는 프로 젝트를 수행하게 되었는데, 엘크가 살기 좋은 환 경을 만들고 엘크에게 집중하다보니 생태순환기 능을수행하던비버개체군을크게 감소시켜결과 적으로 엘크마저도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말 았다.복잡한 먹이사슬의 관계를 갖는 환경문제를 단순하게 엘크에게 집중함으로서비버가살 수없 도록 했고,엘크도 식량부족 문제로 살 수 없게 만 든 것 이 다 . 계획오류를 범하는 두 번 째 중요한 요인은 지적이 고 똑똑한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판단이 최고라는, 너무 자신의 판단을 과도 하게 믿는다는 것이다. 재 능경박이라고 할 수 있다. 2003년 미국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가 임무를 마치고 대기권에 진입하다 가 폭발하여 탑승했던 7명 전원이 사망했다. 발사 당시 단열재 일부분이 떨어져 나갔었는데 그것을 위험요소로 인식하지 못했기에 콜롬비아호의 상 태를 완벽하다고 착각하고 발사를 감행했던 것이 다. 똑똑한 사람들이 어리석은 판단을 하는 이유는 새로운 문제를 과거의 타성으로 해석하기 때문이 다. 현명한 선택과 판단을 위해서는 실수할 수 있 는 것들을 미리 생각해보는 등 사고의 유연성과 성찰의 습관화, 적절한 증거 해석능력이 필요하 다. 정확한 판단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소는 진실편 향이다.내가 사랑하고 존중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면 거짓말을 해도 믿으려 한다. 이러한 암묵적 편향성 때문에 객관적 판단이 어려워진다. 그러나 누군가를 판단하려면 먼저 판단의 대상과 자신을 명확히 구분하고 판단의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자신을 혁신하려는 투자가 필요하다. 먼 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 람들은 자신의 대처 능력을 착각하여 과대평가하 거나 자신의예측과판단을믿고만족스러운결과 를 확신한다. 하지만 기댓값과 현실은 분명한 차 이가 있다. 세계가 변화하고 시대가 변화하면 그 에 맞춰 나의 시야와 시각도 계속 교정되어야 한 다. 이를 시중(時中)이라 한다. 과학기술처럼 사 람의 생각과 시각도 때에 맞춰 계속 혁신되어야 때의 중심에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과거의 관행 을고수하며다른조직의좋은 관행을 받아들이기 를거부하면생존할수없다. 단계별 결정이라는 것이 있다.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면 직접적이거나 우회적이거나 의사를 표 현해야 한다. 데이트를 하고 난 다음이면 그 다음 결정은 더 중요해진다. 계속 사귈 것인지 멈출 것 인지 결정해야 하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면 더 명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청혼하여 결혼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한다.단계가 올라가면 누구에게도 그 답을 물어볼 수 없게 된다. 스스로 그 답 을 결 정 해 야 한 다 . 판단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현재의 상황에서 관련 정보를 최대한 모으고, 정보들을 객관화한다. 둘째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운(運) 도 실력이 있어야 따라오고, 기회는 준비된 사람 에게 오기 때문이다. 셋째로 피드백을 받아야 한 다. 자신의 판단이나 선택이 최고가 아니라는 것 을 항상 생각하고, 결정의 결과를 예상하며 중간 중간에계속해서의견을물어야한다. 성공의열쇠,현명한판단과생각의혁신 박승주전여성가족부차관 [번역문] 이른바 귀머거리는 스스 로 들을 수 없어 사람들과 듣는 것을 가지고 다툴 일이 없고 장님은 스스 로 볼 수 없어 사람들과 보는 것을 가 지 고 다 툴 일 이 없 습 니 다 . 그 래 서 쓸모없다(無用)고 하지요. 그러나 노인께서 귀머거리도 아니고 장님 도 아닌 것을 사람들이 아는 바인데 귀먹지 않은 것을 귀먹었다고 하고 눈멀지 않은 것을 눈멀었다고 하여 쓸모없음을 구하려 한다면 사람들 이 믿겠습니까.노인께서는 어찌 그 마음과 함께 귀머거리가 되고 장님 이 되지 않는 것입니까. 노인께서 집 에 계 실 때 에 눈 과 귀 를 기 쁘 게 해 주 는 사물이 있는데 노인께서 이를 막 으면서 기쁘지 않다 여기신다면 이 는 저 기뻐할 만한 것이 벌써 마음에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대저 사물이 마음에 있다면 이목을 쓰지 않은 것 이라 하겠습니까? 반드시 그 마음을 고요하게 하여(冥心) 보고 들은 외 물로 하여금 맞아들이지도 않고 막 지도 않고 오로지 주장함도 없고 그 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도 없이 정신 과 더불어 노닐게 하여 귀는 눈과 함 께 잊 고 눈 은 귀 와 함 께 잊 고 마 음 은 눈과 귀와 함께 잊는 경지에 이르러 야 비로소 참으로 무용(無用)이라 이를 수 있고 비로소 함께 대도(大 道 ) 를 말 할 수 있 고 비 로 소 그 몸 을 보존하여 천수를 누릴 수 있습니다. 노인께서는 어찌하여 그 마음과 함 께 귀머거리가 되고 장님이 되지 않 는 것입니까? [원문]雖然所謂聾者, 不能自聞 也, 人無與爭其聞矣, 깟者不能自見 也, 人無與爭其見矣, 故因謂之無用. 쑴之不聾且깟, 衆人之所知也, 而欲 聾其所不聾, 깟其所不깟, 以求無用, 人其信諸 쑴何不幷與其心而聾깟之 哉! 쑴居家,物之有悅乎耳目,而쑴乃 拒之不爲悅, 是彼之可悅者, 已入乎 心也. 夫物之在心, 耳目有不爲用者 乎. 必也冥其心, 使物之在耳目, 無將 迎無拒塞, 無適無莫, 與神而遊, 而 至於耳與目忘, 目與耳忘, 心與耳目 忘, 始可謂夫眞無用也, 始可與言大 道也, 始可以養其身終其天年也, 쑴 何不幷與其心而聾깟之哉! - 남유용(南有容, 1698~1773), 『뇌연집( 淵集)』 권13 「농고와기 (聾깟窩記)」 [해설] 1740년 경 부풍자(扶風 子) 남용성(南龍成)은 부여 땅 어느 곳에 자신의 집을 짓고 ‘농고와(聾 깟窩)’라고 이름하였다. 귀먹고 눈 먼 이의 집이라는 뜻이다.실제로 보 고 듣는 데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지 만, 장님과 귀머거리처럼 스스로 무 용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뜻을 당호 에 부쳤다. 부풍자의 발언은 일견 장 애 인 비 하 로 보 일 수 도 있 겠 지 만 옛 사 람 들 은 시 각 , 청 각 장 애 인 이 외 물 의 유 혹 에 초 연 할 수 있 다 고 믿고 종종 ‘농(聾)’ ‘고( 깟)’와 같 은 글 자 를 자 신 들 의 호 로 쓰 곤 하 였다. 무용함이 오히려 자신을 온 전 히 지 킬 수 있 는 방 법 이 라 고 생 각 한 것 이 다 . 세 상 에 유 용 함 을 뽐 내 다 가 스 스 로 화 를 초 래 했 던 이 가 얼마나 많았던가. 남유용은 자신의 몸을 더럽히지 않았던 이들을 기억하며 부풍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눈과 귀로 들어오는 외물을 애써 막는 것 이 자신을 온전히 지켜내는 진정한 방 법 이 될 수 있 는 것일까. 감각을 통해 얻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은 이 미 외물이 들어와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 다. 남유용은 이에 명심(冥心)을 제 안한다. 명심을 현대어로 번역하자 니 간단치 않다. 장자의 사유에서 출 발한 것이라고도 하고 불교 철학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는 남유용이 말한 대로 “마음 씀이 없는 상태 無用”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명심을 통해 감각으로 들어 오는 외물을 정신과 어울리게 내버 려두고 감각과 마음의 지각까지 잊 어 대도(大道)를 깨닫는 데에 나아 간다. 장자(莊子)가 말한 좌망(坐 忘)의 경지이기도 하다.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대상을 받아들이며 나의 감각과 지각을 초월하는 것이 도리 어 온전히 나를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유용이 말한 명심(冥心)은 18 세기의 새로운 화두였다. 박지원은 연행 길에서 하룻밤 만에 황하 강줄 기를 아홉 번이나 건넌 일을 『열하 일기』에 기록하였다. 낮에는 세찬 소용돌이에 정신이 팔려 강물 소리 가 귀 에 채 들 어 오 지 않 았 는 데 , 한 밤 중 에 는 물 결 이 보 이 지 않 는 대 신 우 레 와 같 은 강 물 소 리 가 공 포 를 불 러 일 으 켰 다 . 이 에 명 심 을 통 해 나 와 강 물 이 하 나 가 되 는 경 지 에 이 르 러 눈 과 귀 로 들 어 오 는 외 물 에 더 이 상 동 요 하 지 않 게 되 는 깨 달 음을 얻었다. 세상의 물결은 박지원이 건넜던 황하의 물결보다 세차다. 세찬 소용 돌이 속에서 마구 흔들리노라면 부 풍자처럼 눈과 귀를 가리고 싶은 마 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흔들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나를 온전히 지키고 싶다면 먼저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있는 그대로 물결을 마 주하라. 남유용과 박지원이 우리에 게 던지는 조언이다. /글쓴이 글쓴이하지영[이화여자대 학교한국문화연구원연구교수] [본 글은 한국고전번역원에서 메일 링서비스를통해받은것입니다.] 귀먹고눈멀고마음고요한이의집 ●고전산책 요즘 엄마들이 어린애를 키우는 데 있어서 어린애 를 등 에 업 고 다 니는 일이 사라져 가고 있다. 옛날 같으면 어린애는 으레 어머니가 등 에 업고 나들이를 하거나 일을 하는 것 을 보통으로 여겼지만 요즘 세상은 좀 다르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데는 어머니의 등이 그렇게 소중한 것이 아니고 아이 는 으레 유아차에 태워서 끌고 다녀야 엄마가 훨씬 편안하고 수월하다는 것 이다. 고된 집안일이나 직장 일을 할 때 어머니의 육체적 고통은 충분히 이 해가 되지만 한가로이 나들이를 할 때 는 좀 다르다. 아기를 유아차에 담아 끌고 다니는 것은 엄마의 입장에서 볼 때 편리하기 그지없지만 아이를 위한 것은 결코 아니란 생각이 든다. 문제 는 여기에 있다. 아이의 입장을 한 번 생각해보자. 아이는 엄마의 공간과는 서로 거리가 있고 눈의 위치가 높고 낮음이 서로 다르다. 보는 시야도 다 르고 소리를 듣는 강도가 서로 달라진 다. 뿐만 아니라 사물의 관찰력도 서 로 일치가 되지 않아서 어머니의 설명 이 아이에게는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이 많다. 행선지만은 엄마가 이끄는 대로 같 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면서 엄마의 눈 은 높은 위치에서,아이의 눈은 낮은 위 치에서 같은 물체를 바라보지만 엄마 는 내려다보게 되고 아이는 쳐다봐야 할 때 가 있 다 . 아 이 가 저 높 은 곳 에 있 는 물건이 왜 저렇게 높은 곳에 있을 까 하 고 물 었 을 때 엄 마 는 그 아 이 가 쳐다보이는 것처럼 높은 곳에 위치하 지 않고 엄마의 눈 아래에 있는 그 물 건을 어떻게 그 아이에게 실감나게 설 명을 할 수 있을지, 엄마의 설명이 아 이에게는 아무래도 공감 이 가지 않는 다. 아이는 다시 한 번 엄마에게 물어 본다. 엄마의 설명은 마찬가지다. 아 무래도 엄마의 설명이 이해가 되지 않 아서 또 다시 엄마에게 물어 본다. 엄 마는 같은 물음이 귀찮기만 해서 아이 만 나무란다. 아이는 엄마의 설명에 강요당하고 만다.어머니의 눈매가 어 쩐지 무섭기만 하다. 다시 한 번 물어 볼 용기가 꺾이고 엄마와의 공감대가 엉켜지고 아이는 고독감에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이는 생각한다. 그렇게도 갖고 싶었던 유아차를 사지 않았을 때 는 엄마가 항상 나를 업고 다녔고,따스 한 엄마의 체온을 느끼면서 엄마의 귀 에 소 근 대 던 지 난 날 의 그 시 절 이 그 리 워진다. 엄마의 젖가슴을 만져 볼 수가 없다. 엄마가 얼마나 일에 쪼달려서 고 달 픈 지 조 차 알 수 가 없 다 . 모 자 간 의 정 이 멀어져 간다. 아이의 순진한 양심에 그늘이진다. 양심은 순수한 것이다. 맑고 깨끗하 여 오직 순진함뿐이며 무엇으로도 가 리워지지도 않고 그 양심은 버릴 수도 없는 무한한 것이기에 인간이 생존하 고 있 는 한 그 양 심 은 결 코 버 리 고 살 수가없다.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신과의 어떤 약속 하에 태어났을 것이라고 나 는 믿고 살아간다. 인류사회의 통치수 단으로 만들어진 법률이나 또 계약서 처럼 형체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신과 의 약속은 물증을 제시하고 설명할 수 없다.그러나 신은 인간의 육신 안에 신 과 닮은 양심을 불어 넣고 인간의 생명 이 유 지 되 는 한 절 대 로 버 릴 수 없 는 인 간의 양심과 약속을 했을 것이라고 나 는 생각한다.그 약속 속에는 내가 인간 으로 태어나서 해야 할 바도 약속했을 것이라고나는믿는다. 지구상에서 태초 이래 수수 억 명의 인간이 태어나서 살다 죽어갔는데 인 류 역 사 를 오 늘 까 지 지 탱 해 온 그 근 본 이무엇이겠는가? 그것은 양심의 힘이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인간에게는 두 개 의 눈이 있다. 하나는 육안(肉眼)이요, 또 하나는 심안(心眼)이다. 눈을 감고 조용히 상상을 해보라. 하늘에 구름이 뭉게뭉게 일어나 어느새 소낙비가 내 리다가 금방 햇살이 나와 동쪽 하늘에 영롱한 무지개가 선다. 선녀가 그 무지 개를 타고 하늘에서 인간 세계에 전해 줄 선 물 을 한 아 름 안 고 사 뿐 히 내 려 온 다. 그 선물을 전해 받는 순간 눈을 떠 보라. 내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고 오직 바람만스쳐갈뿐이다. 이런 현상은 육안으로서는 볼 수가 없다. 심안으로서만이 볼 수 있 는 현 상 이다. 육안과 심안의 파장이 서로 다르 기 때문에 육안으로서는 심안세계를 볼 수 없지만 심안은 육안과 심안의 세 계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파장을 가졌기 때문에 심안은 육안보다 우위에 위치 해 있 는 것 이 다 . 엄마의 심안이 무디어질 때 아이의 양심이 병이 든다. 육안의 발달이 지나 칠 때 양심은 고민을 한다.엄마와 유아 차,신과 양심과의 약속,인간의 행복은 어느 곳에서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 고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더듬어 보 자. [본 글은 운산참봉님께서 영면전 남 긴 유작입니다.몇편의 글이 더 있어 금 년말까지게재됩니다.] 엄마와의대화 한빛의메아리 박희학 븣숭덕전前참봉 뱚발뱞뱞행뱞뱞인:박순구 뱚취재편집:박상섭 뱚경영지원:박영일 기사제보븡광고신청븡구독안내 대표전화(053)588-7300 FAX(053)581-0067 뱚구독료년40,000 입금계좌:농협453013-55-000691 예금주:한빛신문 뱚뱜 42612 대구달서구달구벌대로1221(이곡동538-2)성창B/D5층 뱚뱜 본지는신문윤리강령및그실천요강을준수합니다 (2007년1월12일등록번호대구다-01225) 500만박씨성손의대변지 2007년1월24일창간(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