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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독립운동 사적지 기초조사 보고서 92 구가 이뤄지고 이를 의병운동과 종합적으로 비교 분석한다면 지역에서 의병운동의 의미를 좀 더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 ‘비독립운동사’ 부분을 생략할 수 없었던 이 유가 여기에 있다. 독립운동사 연구는 자료가 많이 남아 있는 것에 힘입어 가장 풍성한 연구 성과를 거두었 다. 특히 박걸순은 충북의 독립운동사 연구에 있어 독주에 가까운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고, 제천 지 역에서는 구완회의 성과가 단연 돋보인다. 충북은 면적이 넓지 않고 도세가 작아 정책이나 학 문 적으로 어떤 실험과 분석을 시도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이런 연유에서 인지 다른 지역 연구자 들 도 충북을 샘플로 하여 연구를 하는 모습이 종종 엿보인다. 연구 성과를 맞들어준다는 점에 서 긍정적인 모습일 것이다. 두번째, 개인에 대한 전기적 연구는 독립운동사 성격상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러나 학술회 의 때 더러 지적되고 있듯이 전기적 연구 하나만으로 글을 완성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전기 적 연구를 하되, 중복되는 얘기지만 여기에 당시의 사회·경제적 환경도 접목시켜 학문적으로 접 촉 되는 면을 가급적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연구 성과가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이다. 특정학교의 연구자만 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칫 의병은 물론 독립운동사 연구의 편식현상으로 이어 질 수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엿보이고 있다. 참신한 소재 발굴은 적어지는 대신, 연구 주제 가 중복되거나 재해석한 글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물론 재해석은 필요한 것이고 연구 방법 론 의 한 유형이다. 그러나 참신한 소재 발굴과 그에 따른 연구 발표가 있은 뒤에야 재해석이 뒤 따 른다는 점에서 소재 발굴에 대한 노력을 보다 경주해야 한다. 세번째, 걸음마는 시작했으나 여전히 관심의 변방에 머물고 있는 주제들이 존재한다. 대표 적 인 사례가 가네코 후미코( 金子文子)에 대한 연구이다. 그녀에 대한 글은 지역에서 1편 생산됐으 나 추가 연구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녀는 3·1운동 전까지 7년 동안 충북 청주군 부강에 살 았던 일본 여성으로, 그가 남긴 옥중기록은 독립운동사·지역사·교통사·토지제도사 연구 등에 대한 풍부한 역사 정보를 지니고 있다. 『광무양안』은 독립운동가들의 생활사를 연구하는데 기초적인 자료를 제공한다. 이상설과 증 평 곡산연씨 형제가 중국으로 망명하기 전의 경제력은 순전히 『광무양안』 분석을 통해서만 가 능하였다. 충북은 『광무양안』 자료가 비교적 많이 남아 있고, 관련 연구자도 적지 않는 등 『광 무양안』 연구환경이 비교적 양호하다. 이를 통해 의병과 독립운동가들의 생활사를 실증적으로 파악할 필요와 의무가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치열한 삶의 기록이어야 할 독립운동사 서술이 조직, 강령 등의 건조한 언어 에 그치고 있어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음은 연구가들이 뒤돌아볼 대목이다. 많 은 독립운동가들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일제강점기 전기간을 해외에서 유랑하면서 힘겹게 독 립운동을 벌였다. 이들이 겪은 일상의 고초를 ‘모진 고생을 겪었다’라든가, ‘온갖 어려움을 뚫고 조국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몇자리 서술로 덮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15) 215 한홍구, 2001, 「남북의 독립운동사 연구의 과제와 전망」, 『한국독립운동사연구』 17, 1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