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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시〉 아! 봉숭아가 졌구나. - 송운 도기종(시인. 효촌초등학교 교장) 아! 봉숭아가 졌구나! 아직 피지도 않은 봉숭아가 차디찬 기계에 무참히 떨어졌구나! 2002년 6월 13일, 이곳에서 열 다섯 꽃다운 나이 한창 배움에 열심인 착하디 착한 「미선」이와 「효순」이가 다시는 올 수 없는 나라로 떠나갔구나. 농사짓는 부모님 일을 앞장서서 도왔던 우리 「효순」이, 늙으신 할머니의 손과 발이 되어드렸던 예쁜 「미선」이. 부모님을 어이 두고 떠나갔느냐 어이 남겨놓고 너희들만 갔느냐. 봉숭아 붉게 피는 이 계절에 너희들의 모습을 본다. 너희들의 가슴아픈 눈물을 본다. 너희들은 이제 바람 부는 이 「서낭당 고개」에 누워 새소리 듣느냐. 바람소리 듣고 사느냐. 사랑하는 우리들의 딸 「효순」아, 「미선」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구나. 가슴이 아파 말을 못하겠구나. 그러나 얘들아 원망해서 무엇하리 모두 용서하고 홀연히 떠나거라. 아픔 없는 나라, 슬픔 없는 하늘나라에서 고이 잠들거라. 이곳에서 일일랑 잊어버리고 편히 쉬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