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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언어의 홍수속에서 건진 순수시 박목월(朴木月)(1915~1978.3.24) 1938년 5월 20일 박목월 시인은 공주제일교회에서 유익순 여사와 운명적인 결혼식을 올린다. 여기서 운명적이라는 것은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1937년 크리스마스 날 박목월이 진주까지 선을 보러 가기로 약속이 되어있어 기차를 타게 되었다. 이때 우연히 한 처녀와 동석을 하면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다음날 진주로 선을 보러 간 목월이 시간이 늦어 진주에서 묵게 되었는데, 그 때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아내 될 사람이 성이 '유'씨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듬해 봄, 화장한 일요일 오후였다. 목월은 혼자 불국사 경내를 산책하다 직장동료와 그 일행을 만났다. 그 일행 중에서 동료의 처제가 있었다. 체저는 공주에서 올 봄 여학교를 졸업한 18세의 처녀였는데, 그녀가 바로 진주행 기차에서 동석한 그 처녀였다. 이때 목월은 그녀의 이름이 유익순이란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진주에서의 꿈을 다시 떠올린다. 꿈에서 노인은 분명 아내 될 사람의 성이 '유'씨라고 했다. 기차에서의 동석, 그리고 화창한 봄날의 재회. 유익순이란 이름! 목월은 이 모든 일들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라 확신한다. 목월은 어머니께 조심스럽게 자신이 겪은 운명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목월의 어머니 역시 신부감이 기독교를 믿는 집안의 규수라는 사실에 흡족해 한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공주제일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일평생의 동반자로서 인연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