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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상륙작전 / 8월의 해병 - 통영상륙작전 19인의 전몰 해병에게 바침 - 시인 김종수 이글거리는 8월의 태양이 이 땅을 휩쓸고 지나갑니다. 그 길을 새가 울고 바람이 울고 그날의 뜨거운 마음이 울며 가고 있습니다. 푸른 나이로 산화한 열아홉 젊은 해병들이시여. 들리는지요. 당신들 폭풍 같은 함성이 지금 이 하늘을, 이 땅을 울리는 것을요. 붉은 깃발아래 8월의 함성이 세상을 적니는 것을요. 저는 오늘, 거침없이 포화 속을 돌진하던 님들의 기백을 만납니다. 벗의 피눈물을 안고 끓어오르는 충정에 가슴 붉었을 젊은 해병들이시여. 님들은 그때 무엇을 꿈꾸었습니까. 누구는 화가를 꿈꾸었겠지요. 누구는 선생을 꿈꾸었을테고 누구는 바다를 꿈꾸며 푸른 비린내를 그물에 담아 올리는 평범한 아버지를 꿈꾸었겠지요. 가슴에 단 붉은 명찰보다 깊은 사랑의 열병도 앓았었겠지요. 그 마음들이 지금 원문능선 곳곳마다 작은 풀꽃으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낮은 발걸음 하나에도 그날의 충정이 깃들어 함성으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그 함성이 아파서 차라리 눈을 감습니다. 님들이시여. 지금은 통영바다도 잠시 눈을 감고 묵념에 들었습니다. 오로지 "이 땅을 사수하라" 외치던 그날의 목소리만이 귓전에 둥둥 북소리로 울리고 있습니다. 반세기를 절름거리는 역사 앞에 분노하며 잠들지 못할 해병들이시여. 님들의 분노를 알기에 그저 부끄러움으로 살아야하는 저희를 용서하십시오. 하직도 맞겨눈 총부리를 님들의 거룩한 이름으로부터 거두어가 주십시오. 그래서 평화를 갈망하며 한 점 꽃이 되어 간 열아홉 당신들 숭고한 정신을 길이 전하게 해 주십시오. 이 땅에는 해마다 무궁화 피고지고 철새가 날아들고 당신들 마음이 깃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는 것을 님들은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하루에는 아침이 있고 저녁이 있듯이 해가 동쪽에서 뜨고 그 해를 받아 우리가 아침마다 푸른 수저를 들듯이 오늘 여기 잠드신 열아홉, 님들이 또한 우리들의 변하지 않는 충정입니다. 해병들이시여. 우리는 당신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 충정 그대로 간직하겠습니다. 우리가 애국심에 불타는 오늘이 늘 한결같지는 않겠지만 해병이시여 부디 당신들을 잊었다고 섭섭해 말아주십시오. 살다가 잊다가, 그러다가 문득 애국심이 끓어오르는 오늘 같은 날 우리는 또 당신들 앞에 서겠습니다. 그러니 어깨에 놓인 그 무거운 짐 훌훌 털어버리시고 새처럼 바람처럼 자유롭게 노니시다가 오늘 이렇게, 우리 모인 자리에 소리 없이 앉아주십시오. 귀신도 잡을 해병의 기상을, 이 땅을 사수하시던 그날의 충정을 여기 앉은 우리들 가슴에 씨앗으로 품어가겠습니다. 님들이시여 편안히 쉬십시오. 2012년 8월 15일 삼가 올립니다. - 제 62주년 추모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