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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간토대학살 기록촬영 프로젝트 - 『불령선인 사라져가는 역사의 흔적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사진작가 천승환입니다. 1923년 9월 1일 일본 관동지방에서 규모 7.9의 대지진이 발생합니다. 대지진으로 인해 많은 인명과 재산에 피해가 당시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준 사건이었습니다. 혼란한 사회 속 당시 일본인 기저에 깔려있던 조선인에 대한 차별의식은 일본 내 곳곳에서 뚜렷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거기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불을 지른다."라는 유언비어는 조선인에 대한 인식 악화에 더욱 불을 붙이게 됩니다. 이윽고 관동지역 곳곳에서 스스로 본인들을 지킨다는 명목 아래 만들어진 자경단과 사회의 치안을 담당해야 할 경찰과 군인이 조선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고, 많은 조선인들이 타국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억울하게 죽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유해는 제대로 수습되지 못한 채 한 줌의 흙으로 사라졌습니다. 2017년 도쿄에서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의 위령비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을 계기로 언젠가는 그들의 한 서린 역사를 많은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진으로 역사의 흔적을 담는 것이었고, 그래서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의 100주기를 맞아 오는 2023년 3월 6일부터 5월 24일까지 79일 동안 일본 관동지역을 돌아다니며 관련된 위령비와 사적지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업으로 단순히 역사를 알리는 것을 넘어 일본 관동지역 내 여러 장소에 산재된 위령비를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한 곳에 모아 안타깝게 역사에 희생된 분들을 위한 추모의 공간을 조성하고, 이 공간에 방문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호흡하고 기억하고자 1923 역사관에 사진을 전달해 전시의 공간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한 장의 사진이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