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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군수에게 고함 무릇 사람 노릇하기에는 세 가지 어려움이 있다. 그 첫 번째가 곧은 절개로 충성을 다하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는 신하 노릇하기요, 두 번째가 죽는 날까지 온 마음 온 정성으로 부모를 섬기는 자식 노릇하기요, 세 번째가 정조를 지키며 사는 지어미 노릇하기다.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정해진 이치미여 유사(有事)하고 무사(無事)함 또한 운명이다. 무사하고 안락할 때 태어났거나 힘들고 어지러운 때에 태어났거나 충효의 도리를 다하는 것은 쉽고도 어렵고, 어렵고도 쉽다. 오늘날 왜적(倭賊)과 양적(洋賊)이 나라 한가운데 들어와 혼란이 극심하다. 지금 서울은 온통 오랑캐들의 소굴이 되었다. 임진년(1592)과 병인년(1866)의 치욕이 되씹힌다. 그 때를 어찌 차마 잊을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 선조들이 물려준 삼천리 강산이 흉악무도한 짐싱들의 발자국으로 가득하다. 우리 수만 명은 죽기를 멩세하고 힘을 합쳐 저 왜적과 양적을 물리쳐 나라를 지켜내고자 한다. 바라건대 보은 군수도 충의(忠義)로운 선비들을 모아 우리와 뜻을 같이하고 협력하여 함께 보국(輔國)하기를 간곡하게 바란다. 개사년(1893) 3월 10일 - 동학 창의유생 등, 백배상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