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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과 태평천국운동, 과거․현재․미래를 논하다 116 <황토현기념관> 전북 정읍시 덕천면 (5)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5단계(1980년대) 박명규는 그의 논문 「역사적 경험의 재해석과 상징화 : 동학농민전쟁의 기념물」에 서 이 시기 기념사업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동학농민전쟁이 지역적 정체성 의 강화와 강하게 연계된 곳은 아무래도 이 사건이 발발했던 전북지방이었다. 일찍 부터 가장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고 80년 관에 의해 강제로 해산 당했던 정읍의 기념 사업회는 고부봉기와 황토현의 전투를 강조하면서 동학농민전쟁을 정읍의 지역적 정 체성과 결부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라고 하였다 정읍의 경우 앞서 언급한대로 1967년 12월 전북지역의 뜻있는 분들이 기념사업회 를 발족하여 이듬해인 1968년부터 매년 기념제를 개최하여 왔다. 그러던 중 1980년 5월 11일 제13회 기념제가 개최되었는데 그 자리에 참석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 학혁명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위대한 혁명"이라고 정의한 뒤, "농민 혁명의 정신을 계승한 것은 3.1운동과 4.19혁명이고, 현재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 그 정신을 되살리는 것"이라며 동학농민혁명의 현재적 의의를 역설했다. 그의 발언은 서울의 봄을 구가하던 민중의 민주화에 대한 야망을 동학농민혁명을 통해 대변한 것으로서, 과거 박정희 정권의 역사인식에 대한 거부였고 신군부의 집 권행보에 맞선 것이었다. 결국 신군부세력은 이 일을 구실삼아 기념사업회 이희우 회장과 당시 정읍군수, 내무과장 등을 구속하였고 일주일 후인 5월 18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격적으 로 연행당하고 계엄령이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마침내 광주에서는 시민항쟁이 전개 되었으나 신군부에 의해 잔혹하게 진압되었으며 이후 대한민국의 민주정치는 암흑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1980년 12월 1일 기념사업회도 강제로 해체당하고야 말았다. 회원들은 황토현기념관(黃土峴紀念館) 건립추진계획을 내세워 해체의 부당함 을 항변했으나, 황토현 사업을 관(官) 에서 맡아서 추진하겠다는 회유와 압 박으로 결국 해체되고 만 것이다. 이후 기념제와 황토현 선양사업은 관변사업으로 이관되었고 황토현기념 관은 국민을 짓밟고 올라선 전두환의 손으로 건립되는 역사의 아이러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