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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시 - 여기 무등 아래 눈부신 신록의 도시를 피바다로 만든 저 악독한 군부야욕과 맞서 민족과 민주의 이름으로 장렬하게 싸운 광주민중항쟁의 청춘을 비치나니 이 항쟁 가운데 마지막까지 광주를 껴안고 지키다가 마구 갈겨대는 총탄에 쓰러져간 김동수 열사의 영웅적인 삶과 죽음을 기리나니 그대는 그대 일신 살고자 했다면 피신처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으나 끝내 도청 항쟁본부로 달려와 수송 대책위원으로 활동하며 이미 하나 둘 죽어간 시민들의 시신을 안치 보호했으며 드디어 항쟁최후의 날 5월 27일 새벽 그대가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외친 그 도청 콘크리트 바닥에서 피를 뿜고 쓰러진 주검이 되고 말았음이여! 그대는 조선대학교 민주투쟁위원 학원자율화 추진위원 그리고 한국대학생 불교연합회 전남지부장을 맡아 일하며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 라는 말한마디 던져 다 떠나도 혼자 남아있는 그 불굴의 의지로 살다 간 밤의 등불이었으니 과연 그대의 솜씨 뛰어나 이 세상의 무민에 대하여 광맥을 밝히는 제등행렬의 장엄등을 그대 손수 만든 뜻도 거기 있음이여 그대야말로 중생을 위하여 몇천번이나 제 몸을 바치는 보살의 화신 아니고 무엇이랴. 이제야 우리시대의 처절한 혁명과 사랑을 보여주고 간 그대 이름을 아로새겨 이에 차디찬 돌 한덩이 세우고 삼가 머리숙여 그대 영령 앞에서 맹세하나니 우리는 그대의 정신을 가슴 깊이 퍼담고 이 강토에 그대의 소원인 바 정토를 이룰 그날이다. 아 거기 그대 환생하여 우리와 함께 있어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