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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을 이야기하다 ‘오월의 신부’ 새 옷 갈아입던 날 매년 딸 영정사진 갈아끼우는 김현녀 할머니 “삭신이 아프믄 한 번쯤 빼먹고도 자픈디 구신도 어째 울 어매는 안온당가 뚤 래뚤래 찾을까봐 못 잊혀서 찾으요” 5·18광주민중항쟁 28주년을 이틀 남겨둔 지난 16일. 아침 일찍부터 망월동 구묘지에 홀로 나와 먼저 간 딸의 무덤자리를 쓸고 닦으며 김현녀(73)씨는 “오매 짠한 것”하며 깊은 탄식을 쏟아놓았다. ‘오월의 신부’ 故 최미애 씨는 태중에 아이를 임신한 채 계엄 군의 정조준 사격에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교사였던 남편이 시위에 참가한 학생 들을 돌보러 나가 소식이 없자 마중을 나갔다 변을 당했다. 최씨는 김 할머니의 네 자 녀 중 큰 딸이다. “스물셋에 시집을 보내 8개월 된 큰 아이를 낳아놓고 8개월된 둘째를 가진 채 로 스물넷에 그렇게 가부렀어라우.” 구묘지을 찾은 이들 중 최씨의 사진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로 웨 딩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최씨의 꽃다운 모습은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여보 당 신은 천사였오. 천국에서 다시 만납시다”라는 묘비명도 콧시울을 찡하게 했다. 평생 한 번 입는다는 웨딩드레스 사진이 영정사진이 돼버릴 줄 누가 알았으랴. 김 할머니는 유 가족들이 합동제사를 지내는 이날 매년 해오던 것처럼 최씨의 영정사진을 새것으로 갈 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