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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을 이야기하다 임철우 소설 「봄날」 작품해설 1997년 문학과지성사에서 간행한 임철우의 장편소설. 이 작품은 1980년 5월 광주민주 화운동의 과정을 현장 보고의 형식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광주항쟁이 발발하기 이틀 전 인 1980년 5월 16일 새벽 산수동 오거리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날인 5월 27일 아침 전 남도청 앞에서 이야기가 끝난다. 87장으로 나누어진 에피소드를 따라 당시의 현장을 지 켜보는 20여 명의 시점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중심인물이 있는 것 이 아니라, 광주항쟁의 전개 과정 그 자체가 이 소설의 서사적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봄날」의 주요 시점 인물은 한씨 일족들이다. 큰아들 무석은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집을 나와 혼자 자취 생활을 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둘째 명치는 11공수여단 의 고참 하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 한씨 형제 셋이 광주항쟁의 현장을 포착해 내는 주 된 시점 인물 노릇을 한다. 이들은 일반시민과 계엄군과 대학생의 입장에서 광주항쟁이 라는 비극적 드라마의 세 주역을 대표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시선을 통해 그려내는 광주항쟁 열흘 동안의 처절한 현장은 그대로 장대한 한 편의 비극을 연출한다. 도시 곳 곳에서 벌어졌던 참담한 살육의 현장을 치밀하게 그려내면서 이에 맞서 싸우는 시민들 의 격렬한 저항을 통해 민주화를 열망하는 민중의 힘을 감동적으로 펼쳐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