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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사 1923년 9월 1일 일본 동경일대를, 강타한 관동대지진! 수일간의 화재로 가옥 53만호가 소실되고, 피해자가 400만명, 사망자가 9만여명의 대참사가 발생한 와중에... 오호 슬프도다! 아무 죄없는 재일동포들이 일본인들에게 애꿎은 희생을 당하니... 어찌 그날을 잊을 수 있으오리까. 지진으로 말미암아 계엄령이 선포되고, 초토화된 암흑의 도시에는 불안과 공포가 극심하던 차에 흉흉한 민심의 동요와 식량폭동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민족증오의 감정을 선동하는 각종 유언비어를 퍼트려, 일본정부를 향한 민중의 반항을 재일동포에게 향하게끔 유도하니, 잔인무도한 일본인들에게 학살된 우리 동포는 재해자를 포함 6천여명에 달하였고, 사이타마현(埼玉縣) 현북지역(縣北地域) 구마가야시(熊谷市), 혼조시(本壓市) 가미사토정(上里町)에서 희생당한 분만도 240여명이었습니다. 일제 식민지치하에서 정든 고향을 떠나 이국땅에서 겪는 민족차별과 억압도 억울한데, 인력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천재지변의 혼란속에서 편견에 사로잡힌 몰지각한 일본인들의 죽창과 일본도에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창졸간에 잃어버리고, 어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었으리오. 그날의 비참한 상황을 회상하니, 잠들지 못한 그 영혼이 구천을 떠돌고 있으리라 생각을 하니, 지나간 역사라 한들, 지금도 목이 메여 영령들을 위로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80년이 흐른 오늘에서야 사이타마(埼玉)지역 재일동포들과 양심있는 일본인유지들의 이해와 협조 위에서, 꿈에도 그리던 조국땅... 특히 민족정기가 살아 숨쉬는 충절의 고장 천안, 망향의 동산에 위령비를 세우노니. 구천을 떠돌던 억울한 영령들이시여! 고통도 슬픔도 시름도 원한도 이제는 모두모두 잊어버리시고, 이곳 따뜻한 조국의 품안에서 편히 잠드소서. 2003년 10월 2일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사이타마현(埼玉縣). 현북지역(縣北地部) 지단장 조영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