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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 193 에게는자신있게가르쳐주었으나죽음을눈앞에둔순간그 구절이아무힘도없음을알았다.그는동학사에되돌아와학인 들을해산하고조사당(祖師堂)문을걸어잠근뒤목숨을건용 맹정진을시작하였다.창문밑으로는한주먹의밥이들어올만 큼만구멍을뚫어놓고한손에는칼을쥐고목밑에는송곳을 꽂은널판자를대어놓은채생사(生死)의문을참구(參究)하기 시작했다.잠이와서잠깐졸았다가칼이나송곳끝에찔리기를 수십번씩거듭하며불퇴전(不退轉)의정진을하였다.그러던어 느날사중스님으로부터한과객이법담가운데‘소가되어도콧 구멍없는소가되면어떻소’라고했다는소리를듣게되었다. 그순간갑자기마음속에얽혀있던의단(疑團)이한꺼번에풀리 면서경허는활연대오했다.방문을박차고나와손뼉치며크게 웃었다.눈앞을가리고있던무명(無明)과번뇌의구름이씻은 듯이걷히면서본래의성품을확연히깨닫게된것이다. 이듬해경허는서산천장사로자리를옮겨보임(保任)공부에 열중하였다.보임중경허는잠을자기위하여눕거나벽에기대 는일이없었다.‘숨쉬는등신불(等身佛)’처럼앉아서몇달이가 도한마디말도없고몸도씻지않고옷도갈아입지않았다.누더 기옷은땀에찌들고머리에는싸락눈이내린것처럼이와서캐 가들끓었다.그럼에도경허는자세를조금도흐트리지않았다. 즐겨읽던책조차도모두묶어치워버리고고된정진에만몰두 하였다.3년에걸친보임을끝낸경허는다음과같이오도가(悟 道歌)를읊었다. 忽聞人於無鼻孔홀연히고삐꿸구멍이없다는말을듣고 頓覺三千是我家문득깨달으니삼천대천세계가내집이네 六月鷰巖山下路6월연암산아랫길에 野人無事太平歌야인이태평가를부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