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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부산을빛낸인물(Ⅰ) 192 났다.경허는호이며출가전어렸을적이름은동욱(東旭)이고 휘는성우(惺牛)이다.태어난지사흘이지나도록울지를않아 마을사람들은그가커서범상치않은인물이될것이라고입을 모았다.경허의나이9세때아버지가죽자어머니를따라시흥 청계사에입산하여계허(桂虛)대사의법하에서출가자의첫걸음 을내디뎠다.청계사에서어린경허는물긷고나무하고밥짓는 일로하루해가모자랄정도로고된행자생활을했다.그의나이 14세때박처사라는선비가청계사에와서한여름을지내게되 었는데경허는선비가책읽는소리만듣고도그뜻을척척풀 어나가서선비를놀라게하였다.그이후경허는매일5․6장의 글을능히외워재동(才童)으로서칭송이자자하게되었다.그리 고계룡산동학사로옮겨만화강백(萬化講伯)밑에서처음으로 불경(佛經)을배우게되었다.그의공부는남이한시간하면열 시간을계속하고,남이하루를하면열흘노력하는매진으로불 경은물론유전(儒典),노장(老莊)까지두루섭렵했다.경허는23 세때동학사강원강사로추대되었다.천부의소질을가진그의 강의는모든학인들을놀라게하였고그의이름을듣고운집한 수많은학인들을7․8년동안가르쳤다. 경허의나이31세되던여름옛은사를만나려고상경하던도 중천안부근에서모진풍우를만나하룻밤유숙할민가를찾게 되었다.그런데마을은죽은듯이고요하고가는곳마다문을꼭 꼭닫아걸고문전박대를하였다.나중에그이유를알고보니마 침그때전염성이강한콜레라가만연해사람들은그괴질에 감염될까봐공포에떨고있는것이었다.경허는남의집처마밑 에서밤새떨며들것에실려나가는주검들을참담한심정으로 지켜보았다.천하의대강백으로서는생각도못했던참혹한죽음의 현장을목격한뒤경허는‘삶과죽음’의근본문제에직면하게되었다. 삶과죽음이일여(一如)하다는구절을머리로는이해하고학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