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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 그 서른 번째 이야기 「종강」 OPINION 담벼락 50 내게도 종강은 온다! 제16전투비행단 병장 김요한  나는 종강을 해본 적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대학교를 진학하지 않고 바로 군대에 왔기 때문이다. 아니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고 해야 맞겠다. 주변에서 MT를 간다, 수강신청을 한다, 학점이 어떻다 하는 얘기들은 나와 동떨어진 얘기였다. 한때 미대 진학을 꿈꿨지만 낙방한 후 난 재수할 자신이 없어 바로 공군에 지원했고 그렇게 '미대' 대신 '군대'에 입학 아닌 입대를 하게 되었다. 마음이 착잡했다. 누구는 대학 신입생으로 캠퍼스 라이프를 즐길 때 나는 신병으로 밀리터리 라이프를 즐기는구나 생각하니 솔직히 아무 대학이라도 가볼 걸 하는 후회와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슬픈 마음으로 처음 시작한 군 생활이 시간이 흘러 어느덧 길었던 수양록의 마지막 마침표만을 남겨두고 있는 지금, 문득 오래전 고된 하루를 마치고 생활관으로 가는 길에 선임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이 났다. 대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도중 선임에게 '통합 생활관 보면 꼭 기숙사 같지 않습니까?' 라는 장난 같은 질문을 한 후 “가만 보면 우리 비행단도 대학 캠퍼스 같지 않습니까? 공군대학교 제16캠퍼스 어떻습니까? 하하하” 라는 시답잖은 농담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어쩌면 정말 군대는 나에게 학교 같은 곳 그 이상이었다. 작게는 못질과 공구 다루는 법부터 선임, 간부들과 생활하며 윗사람을 대하는 방법, 월아산을 오를 때 뒤처지는 나의 짐을 대신 들어주고 밀어주며 같이 올라가주는 동기들에게 감사해하며 함께 정상까지 이르는 방법을 세상천지 어느 명문대학에서 가르쳐줄까. 게다가 길고 힘들었던 군 생활을 견뎌내며 나 자신과 싸우며 하루하루 인내하는 삶의 자세를 터득하기까지. 어쩌면 2013년 5월 27일은 나의 입대일이 아닌 입학일이자 공군대학교 개강이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렇게 '종강'을 앞두고 있는 지금, 나의 군 생활에 대한 성적을 학점으로 매긴다하면 사실 좋은 점수가 나올지는 자신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하다. 나의 지난 2년은 그냥 허투루 흘려보낸 시간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내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사소하면서 큰 것까지 너무 많은 부분을 배운, 소중하고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군대에서 만난 모두가 나에게는 선생이자 교수님이었다. 나는 누구나 겪는 그 종강을 경험해본 적 없이 입대했다. 하지만 내가 보낸 2년이 그 어떤 누구의 대학생활 2년보다 초라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제 2년의 수업을 종강했으니, 새로운 개강을 찾아 난 힘차게 도약할 준비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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