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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국하시는 임시정부 요인과 수행원 여러분. 이제 여러분이 내려서 밟는 땅은 더 이상 이역만리 중국이나 망명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입니다. 70년 동안 비행해 오시느라 머나먼 노정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이제 새로운 70년을 향해 이 비행기를 힘차게 날아오를 것입니다. 바로 여러분의 뜨거운 가슴이 활주로입니다. 이 글은 1945년 11월 2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환국 비행기를 탑승하였던 광복군 장준하의 항일수기 〈돌베개〉에 기초해 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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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장 도착 직후를 〈돌베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벌판뿐이었다. 일행이 한 사람씩 내렸을 때, 우리를 맞이하는 건 미군 병사들 몇이었다. 우리의 예상은 완전히 깨어지고 동포의 반가운 모습은 허공에 모두 사라져버렸다. 조국의 11월 바람은 퍽 쌀쌀하고, 하늘도 청명하지 않았다... 나의 조국이 이렇게 황량한 것이었구나. 우리가 갈망한 국토가 이렇게 차가운 것이었구나. 나는 소처럼 힘주어 땅바닥을 군화발로 비벼댔다. 나부끼는 우리 국기, 환상의 환영인파, 그 목 아프도록 불러줄 만세 소리는 저만치 물러나 있고, 검푸레한 김포의 하오가 우리를 외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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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았노라 우리 연해의 섬들을 왜놈의 포함 빗발친다 해도 비행기 부서지고 이 몸 찢기워도 찢긴 몸 이 연안에 떨어지리니 물고기 밥이 된들 원통치 않으리 우리의 연해 물 마시고 자란 고기들 그 물고기 살찌게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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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0818 임시정부 환국보다 석달 앞서 1945년 8월 18일 정오 무렵 여의도비행장에 C-47한 대가 내려앉았다. 수송기에는 한국광복군 정진대 이범석, 김준엽 노능서 장준하가 타고 있었다. 이들은 18일 새벽 3시 30분경, 버드 중령등 미군 OSS대원 18명(한국계 미군장교 정운수 함용준 서상복 포함) 동행하여 시안비행장을 이륙했다. 정식명칭은 미국 군사사절단이었다. 비행기가 서해바다 위를 날고 있을 무렵 이범석 장군은 펜을 꺼냈다.